[이규화 칼럼] 종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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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종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 울리나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1-22 18:01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어떤 사람이 홍수로 떠내려 오는 사람과 노루, 뱀 등을 건져주었다. 어느 날 구해준 그 노루가 나타나 그 사람을 어떤 곳으로 인도해 땅을 파는 시늉을 했다. 거길 파보자 많은 금은보화가 나와 부자가 됐다.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 사람은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 도둑질을 했다고 모함해 감옥에 갇히게 했다. 감옥에 있던 그에게 뱀이 찾아와 물고는 사라졌다가 곧 풀잎을 물고 돌아왔다. 그는 그것이 약초임을 알고 보관했다 원님이 뱀에 물렸을 때 풀잎을 내어 방면될 수 있었다. 이 설화에서 은혜를 모르는 사람을 가르켜 "금수만도 못하다"는 말이 생겼다.
지금 한반도에서 미국은 남한과 북한을 상대로 각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 두 개 모두 우리 생명을 지키는데 긴요한 것들이다. 하나는 미·북 2차 북 비핵화 정상회담이고, 다른 하나는 작년 말까지 합의를 봐야 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못 내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금 협상이다. 두 협상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미국 언론과 조야에서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액에 불만이 많고 협상에 지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불리한 타협을 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한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 정권은 핵보유 집단이 되고 우리는 핵 인질이 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그 반대의 경우, 즉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이 미북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2월 말까지 잘 해결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주한미군 주둔군 비용에 대한 고민은 벗은 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머리가 무겁고 복잡하면 현안에 집중하지 못해 협상을 그르칠 수 있다. 그러잖아도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차 회담 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비공식적이지만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1976년 이후 사라졌던 '주한미군철수'라는 말이 40여년 만에 의제가 되고 있는 판국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는 1953년 체결돼 65년 이상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온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실질적인 폐기를 의미한다.

좋든 싫든 우리는 동맹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미국 대통령과 마주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이해타산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주한미군의 무기체계 운용비용이나 새로운 미군전력의 전개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주로 인건비고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 민간인들의 급여로도 상당액이 지불된다. 지난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부담액은 약 9600억 원이었다. 한미 양국은 작년 3월부터 2019년 이후 연간 부담액 협상을 10 차례 이상 벌였으나 시한인 작년 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한국의 분담금을 2배로 올려 16억 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협상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미국은 여러 차례 금액을 낮춰 지금은 12억 달러 내외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1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선(약 10억 달러)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양측의 이견 폭은 2억 달러 내외(2260억원)다. 이걸 갖고 우리 정부는 지루한 협상을 해오고 있다.


참다못한 해리 해리스 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자 주한미국대사는 지난주 조선일보 기고에서 한국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아주 완곡하게 요청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공통 가치와 서로를 위한 희생정신에 오랜 역사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북한이 남침했을 때, 미국 육·해·공군 그리고 해병대 병사들은 한국 형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싸우고 목숨을 바쳤다"고 상기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의 산업화 초기에 한국 제품에 시장을 활짝 열어 한국이 경제 선진국이 되는 데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한국의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의 미국의 역할까지 언급 했겠나. 해리스 대사의 말처럼, 미국은 5만4246명의 전사자를 내며 한국을 지켜줬다. 꽃다운 청년들이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이역 땅에서 이렇게나 많이 목숨을 바쳤다.

문재인 정부가 돈이 없어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일자리 만들기에 54조원이나 썼다. 대학 강의실 불 끄고 공공기관에서 서류 정리하는 등 단기일자리 만드는 고용쇼크 대책으로 무려 15조원을 쓰기도 했다. 올해부터 약 2조 6000억원을 들여 상위 10% 계층을 포함한 6세 미만 아동들에게 아동 수당도 지원한다. 상위 10%를 포함하지 않으면 대략 2600억원의 자원이 생긴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인상하는데 충분한 돈이다. 이런 방안도 있다. 국민이 1인당 1만원만 내도 5000억원이다. 헌금을 받으면 그 이상 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문 정부 사람들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올리면 국회 비준 받기 어렵고 국민의 반대여론에 부닥친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일 순 있지만 과연 이게 국민의 진정한 마음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심지어 자유민주 진영은 문 정부가 속으로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원하면서 협상을 질질 끌어 미국을 지치게 한다는 말까지 한다. 믿고 싶지 않은 말이다.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졌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5200만명의 자유를 지키는 것 외에 실리적으로 따져도 우리에게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 국가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국가신인도와 외국인 투자 등을 유지케 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소탐대실 하지 말아야 한다. 실리를 좇는 국제관계에서도 최소한의 명분과 의리는 지켜야 한다. 은혜를 모르는 국가와 누가 연대하려 하겠는가. 그래도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주한미군이 과연 한국국민 만을 위한 것인가? 자유를 지키는 땅은 모두 한 덩어리다.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냐고? 그건 바로 문재인 정부를 위해 울린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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