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변죽만 울린 국회 과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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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변죽만 울린 국회 과방위

심화영 기자   dorothy@
입력 2019-01-23 18:01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국가기간통신망 엉망진창이네!"

올 첫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창규 KT 회장을 향한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의 질타다. KT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서울 수도권 통신장애로 국민을 패닉에 몰아넣은 게 팩트다. 5G 이동통신 대중화가 코앞이지만, 열악한 통신망 관리수준의 민낯을 드러낸 KT는 위기감이 감돈다.

이 상황에서 과방위가 '통신장애'라는 현안을 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회의원이 막중한 사태에 대해 자료를 요청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대책을 주문하는 것은 국민을 대신한 일이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입법화를 위한 기초 자료가 된다.

정보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는 직접적인 책임이 있고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박광온 위원의 "합당한 피해보상방안의 마련 여부가 가장 확실한 재발방지책이 될 것"이라는 말은 맞다. 책임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기업은 더 단단히 통신망을 이중화하고, 안전망에 철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고가 일어났다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국회의원들의 현안질의가 절대 산으로 가선 안되는 이유다. 작년 11월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를 둘러싼 1월 국회의원들의 질의는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 불편함을 남겼다.

장면1. 과방위원들은 한 인터넷 매체가 황 회장의 이날 국회 출석으로 다보스포럼 참석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보도를 두고 KT가 사주한 기사로 단정했다. "KT의 해당매체 협찬액이 얼마인지 데이터로 제출하라", "작년 언론사별 홍보비와 협찬비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장면2.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뒤 청와대와 주무부처의 대응을 세월호 7시간에 비교한 발언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모 국회의원은 "세월호 7시간 갖고 정권을 차지한 이 정권에서 10시간 동안 통신대란에 대해 무슨 액션을 취했느냐"고 말했다.
KT 아현국사 화재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KT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리고 부적절한 장면이 이날 몇 번 더 이어졌다.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무고한 기업 총수 호통치고 군기 잡는 모양새로 만든 것"이라고 괘씸해 했고, 2002년 민영화된 KT가 공기업이고 산하기관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회의 지적대로 "(정부와 KT의)대응방안이 유체이탈 땜질"이면 이를 더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질의가 더 적절했다. 이날 과방위는 지난해 발생한 KT 화재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한 자리였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과방위 역시 KT 화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KT의 합산규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과방위는 논란을 불러 왔다. KT는 국내 유료방송 1위기업으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자회사로 점유율 규제상한 이슈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성태 법안소위 위원장은 "KT가 민영화되면서 공공성을 가진 위성방송이라는 플랫폼을 민간 사업자가 맡게 돼 생긴 혼란이 현재 합산규제 논의의 핵심"이라며 "이런 부분을 정리하기 위해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 과방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가 민간기업의 자회사 분리 매각을 요구한 것이다. 당초 합산규제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원칙에서 시작됐다. 과방위는 합산규제 대신 엉뚱한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문제를 부각시켜 KT가 KT스카이라이프 지분을 팔아야 된다는 결론을 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에 맞선 국내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데, 국회의 결론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튄 것이다. 그럼 대체 스카이라이프를 누가 사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해외사업자가 아닌 이상 어느 사업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합산규제 이슈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특정 기업을 편들 생각은 전혀 없다. 기업경영 과정에서 독점이든, 장애든 위기를 불러일으킨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기업이 위기의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더 큰 위기가 될 수도 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회 역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기업 운명에 관련된 결정을 해야 한다. 기업도 국회도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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