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공정경쟁 정책, 현실 타당하더라도 속도조절해야" [정세균 前 국회의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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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공정경쟁 정책, 현실 타당하더라도 속도조절해야" [정세균 前 국회의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1-31 17:53

'재산세 폭탄' 조세저항 최소화하려면 납세자 입장도 배려해야
국회 선거구제 개편, 각 당 지도부가 의원 설득해 결단 내릴때
내각제 바람직하지만 대통령제 개선해 삼권분립 잘 실천해야
행정부에 권한 너무 집중… 立法도 국회 중심이어야 헌법정신


정세균 前 국회의장·6선 국회의원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세균 前 국회의장·6선 국회의원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정 전 의장은 수면 아래로 잠복한 개헌이 21대 국회에서는 다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개헌 논의에서 불거진 '자유 실종'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데 겉으로 나타난 형식을 갖고 소모성 논란을 빚은 것이라고 대범하게 넘겼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해서는 속도조절 필요성을 밝혔고 한미동맹이 미래에도 한국의 안보에 절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대 국회 들어와 의장님처럼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 정치인도 많지 않은데요, 개헌 동력은 완전 사그라진 건가요.

"21대에서는 다시 개헌 논의를 해야 할 겁니다. 개헌과 선거제 개혁이 맞물리는 거거든요. 대통령제에선 원래 양당제가 맞고 내각제에서는 다당제가 맞는다고 하는데, 물론 우리 헌법이 내각제적인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지만요. 20대 국회가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다당제로 출발을 했잖아요. 그걸 감안해 본다면,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지금은 선거제 개편과 개헌이 같이 가야 하는데 개헌을 못하니 우선 선거제 개편부터 해놓고 개헌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또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임기 내에 개헌을 성공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개헌논의 과정에서 '자유'를 뺀 '민주주의' 논란이 강하게 일었는데요.

"어떻게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느냐는 것을 봐야 해요. 국민들은 변형된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은 민주주의 내용이 중요한데, 헌법이나 법률이나 제도로 어떻게 구현이 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수용 가능한 쪽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봐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것을 논란거리로 확대해 또 다른 갈등과 분열 요소로 만드는 것 자체가 지혜롭지 않다고 봐요.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우리도 이제 내각제 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통령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 정도잖아요. 다른 나라들은 권력이 집중되고 부패하고 문제가 크지요. 미국과 우리를 비교해도 우리나라 대통령은 권력이 집중돼 있어요. 선진국들 대부분이 내각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보면 내각제가 더 우수한 제도라고 봅니다. 그런데 다 나라마다 형편이 다르잖아요. 우리 국민들은 내각제에 대해 비호감이에요.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추진할 수는 없잖아요. 내각제가 바람직하지만 수용성이 낮아서 내각제를 주장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좀 고쳐서 우선 헌법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삼권분립이 잘 실천되는 그런 정도의 헌법을 갖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국민들이 내각제가 좋겠다고 할 때까지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한 제도를 갖고 미래에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이 제기되고 있고요. 국회 권한 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 국회는 입법권 외에 예산 제안권을 갖고 있고 우리 국회는 실질적으로 입법권을 행정부에 주고 있어요. 예산 편성도 정부가 하고 있고요. 행정부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있다고 하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미국은 감사원 기능을 하는 기관을 의회 안에 두고 있는데, 또 우리나라는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관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직속으로 돼 있어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죠. 감사원은 국회로 와야 합니다. 다만 정치가 개입해 감사원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면 회계감사권 만이라도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산법률주의를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법도 국회 중심으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고 현실적이죠. 그것을 또 헌법이 요구하고 있고요."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일반 국민들은 반대가 많지만,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은 연동형 비례대표를 하려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지적합니다.

"국민들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인구가 적은 나라들과 비교를 많이 하거든요. 그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약소국이 아니라 강중국인데, 우리와 사이즈가 엇비슷한 영국 이탈리아 독일 같은 나라와 비교를 해야 한다고 봐요.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안 되고요. 그런 나라들과 비교를 하면 우리나라 의원 수는 적은 겁니다. 의회 권력이 일정한데 그걸 소수가 나누어 가지는 거하고 조금 숫자를 늘려 여럿이 나눠 갖는 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권한을 많이 주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그럼 권력을 분산해 갖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국회의원 특권을 먼저 내려놓고 국민들을 설득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는 것 같은데요.

"국민들께서 국회의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 늘리는 것을 반대하고 각 정당은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거대 양당이 서로 의원 정수에 반대한다고 표명하고 있습니다. 괜히 미리 정수 늘리자고 얘기했다가 성사는 되지 않고 매만 맞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쯤은 정치협상이 필요한 때예요. 대승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당지도자들이 합의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저는 정도라고 봅니다."

-'전북이 낳은 큰 정치인'이라 불리는데, 전북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에서 여러 번 국회의원 하시고 지금은 전통 정치1번지 서울 종로구 의원인데 무진장 주민들이 섭섭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종로로 나온다고 하니까 섭섭해 하셨죠. 그런데 지금은 잘 보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종로에 와서 낙선하거나 재선에 실패하지 않고 의장까지 했기 때문에 무진장에 임실까지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을 하나 키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또 제가 관계를 끊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사실은 제가 한 40년 정도 장학회(대양장학회)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 대상이 무진장 임실 지역이에요. 지역 주민들이 변하지 않고 함께하는 거에 대해서 좋게 평가를 해주시는 거 같습니다."

-종로 재선(20대) 때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거꾸로 나타나서 당시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투표일 직전까지도 상대 후보에 많이 뒤지는 걸로 나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큰 표 차로 당선되셨더라고요.

"사실은 제가 밀리고 있던 게 아니고 여론조사가 잘못된 거예요. 저는 그것을 의도된 잘못이라고 보지요. 조작은 아닌데, 잘 아시다시피 여론조사를 할 때 요즘은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같이 하잖아요. 그 비율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는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는 집전화를 중심으로 해서 한 거에요. 집전화 위주로 조사를 하면 오류가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좀 추악한 것이지요. 그래서 그 때 '두고 보자 이게 엉터리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미리 얘기를 했었습니다. 실제 증명이 된 것이죠. 그런데 언론사에서 그런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집전화를 위주로 여론조사를 한 것을 투표 얼마 안 남겨놓은 상태에서 여론이 이렇다고 발표하는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주 좋지 않은 것이죠."

-종로구는 경제적으로 최상층으로부터 서민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골고루 섞인 전국의 축소판 같은 곳인데요.

"종로구를 대한민국의 축소판으로 보시면 됩니다. 종로구에는 아주 부유한 분들도 계시지만 쪽방도 많아요. 서울에 쪽방촌이 다섯 군데가 있는데, 그 중 종로에 두 군데가 있어요. 종로3가에 하나 있고 동대문 쪽에 있어요. 아주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존재하는 곳이 종로여서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보면 돼요. 그래서 종로에서 어느 정당이 이기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종로는 점잖고 품위를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하고 잘 맞는 지역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2월 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또는 폐기와 핵 현 수준 동결 수준에서 합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지요. 그야말로 북한 핵문제가 모두 해결돼야지 ICBM만 해결돼선 안 됩니다.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생각지도 않는데 자꾸 그런 얘기를 하면 또 그렇게 갈 수도 있어요. 너무 그것만 자꾸 부각시키면 안 되고 완벽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되도록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 뻗고 자지 않겠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비핵화를 할까요?

"비핵화는 희망사항이 아니고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의장님이 똑 부러진 주장을 하시니까 독자들이 안심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북 비핵화에 대해 '북 비핵화'라는 명시적 발언 보다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북한의 애매모호한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요.

"판을 깨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야 하고 싶은 말 다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을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못하지요. 남북 관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러지 않겠어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대통령 말씀이 시원하지 않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그런 정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봅니다. 생각해보세요. 완벽한 비핵화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아주 힘들어지잖아요. 재래식 무기는 우리가 화력이 세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핵은 게임체인저이잖아요. 핵은 다른 모든 것을 무력화하는데, 핵은 안 되지요. 국제사회도 심지어는 중국도 북한의 핵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가 북한이 ICBM만 폐기하고 비핵화를 안 할 거 아니냐는 데에 너무 골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지요.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가만히 있겠어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할까요?

"김 위원장이 서울이나 제주 등 남한을 방문한다면 핵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징조지요. 온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끌어안고서는 미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거예요. 그러니까 핵을 포기를 해야지요. 그 대신 여러 가지 제재완화에서부터 시작해서 북한이 경제적 성과를 내서 인민을 먹여 살리고 국제사회에 당당한 일원으로 복귀를 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 김 위원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봐요. 국제사회를 또 속이고 핵 갖고 앉아있으면 국제사회가 용납을 하나요? 안 할 겁니다."

-정부가 '벌크 캐시'(대량 현금)를 지불하지 않고 현물 대가를 지급하는 선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검토했던 거 같은데요.

"북미회담에 달려 있어요. 북미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권으로 들어온다면 당연히 이쪽에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해줘야 할 거라고 봐요. 그러면 어떤 형태로든 우선적으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쌍방이 주고받으면서 진전을 시켜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제재를 완화한다면, 개성공단이 재가동이 우선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인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냥은 안 되는 거고 북한에 달려있습니다.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의장님과 개성공단은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개성공단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노무현 정부 산자부 장관을 하면서 개성공단 기공식을 할 때도 우리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6번이 다녀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쇄한 것은 저는 잘못됐다고 봅니다. 폐쇄 바로 직전에 어떠한 경우에도 개성공단은 문닫지 않는다고 남북이 문서로 합의를 했었거든요."

-최근 한국당 당권주자들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어요.

"우리가 핵무장을 안 하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와 오래 전부터 한 약속 아닙니까. NPT에 가입도 했고요.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어기면 그것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을 견디기가 어렵지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한 것처럼 우리가 모든 노력을 다해서 북핵을 폐기하는 것으로 가야지, 우리도 핵무장하자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주한미군 감축 심지어 철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주한미군이 한국에 존재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주둔의 실익이 있기 때문에 주둔하는 양면성이 있어요. 꼭 우리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런 점을 고려해야죠.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 아닙니까. 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 여러 가지 외교 등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한미동맹을 가볍게 봐서는 절대 안 됩니다."

-지금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협상이 지루하게 이어지며 좀처럼 한미간 접점을 못 찾고 있습니다. 자유보수 진영에서는 웬만하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의장님은 생각은 어떻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좀 무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갑자기 대폭 증액하라고 했다는 거 아닙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주한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도 주둔하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내고 있는 수준이 유럽 나토회원국이나 일본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평택 이전할 때도 우리가 건설비를 거의 다 댔잖아요. 우리가 순순히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고 협상은 끝까지 끈질기게 해야 한다고 봐요. 판을 깨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좀 견디면서 협상을 진지하게 해야 합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에 합의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우리의 안보라인에 구멍을 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공군력인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문제라든가, 북한의 선의만을 믿고 안보의 문을 열어줬다고 합니다.

"우리만 무력을 뺀 게 아니지요. 양측이 같은 조건으로 군사력을 뒤로 미룬 거잖아요. 그런데 혹시 북한이 속이고 있다면 그 경우에는 문제가 아닐 수 없죠. 그렇지만 핵문제가 게임체인저이잖아요, 더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작은 리스크도 지지 않으려면 되겠어요? 아직은 신뢰가 쌓인 게 아니기 때문에 또 혹시라도 속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습니다.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은 좋지만, 게임체인저인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리스크는 관리만 잘 하면 될 수 있다고 봐요. 신뢰 문제는 우리 군이 방심하지 않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면 씻을 수 있어요.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천명했는데, 그것이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제를 부동산 보유세 인상으로 옮겨 질문하겠습니다. 어제(1월 2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단독주택 표준공시지가를 발표했는데 전년보다 9.13% 대폭 인상했어요. 고가주택은 물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 보유자도 재산세 폭탄을 맞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거든요.

"무엇이든지 경중완급이 잘 가려져야 합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과세를 해온 점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지요. 그러나 그 속도는 조세저항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안해가면서 적절하게 해야 된다고 봐요. 하긴 하되 경중완급을 조절하고 속도도 조절해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고가 주택의 세율이 지금까지 낮았는데 오히려 세율이 높아야 된다고 봐요. 소득세에서도 누진세가 적용되듯이 말이죠. 재산세는 역진 성격이 있었는데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납세자의 입장도 배려를 하면서 속도는 조절해야 합니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이 성과는 없이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신자유주의와 낙수효과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우리나라 정책의 중심이 돼서 해왔잖아요. 그런데 수년 전부터 IMF도 거기에 대한 반성을 했거든요. 낙수효과는 없다고요. 소득을 늘려 구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포용성장이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고요. 우리 경제를 정글의 법칙에서 이제는 포용 쪽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타당한 진단이고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현실적인 적합성 적실성 수용성을 잘 감안하면서 속도조절을 하는 겁니다. 그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좀 성급한 질문이지만, 차기 주자 여론조사가 각 언론사마다 실시되고 있어요. 몇몇 사람은 계속 수위를 유지하고 있고요.

"우리 사회가 너무 성급한 거 같아요. 이제 임기가 630일 정도 지났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더 많은데 그 일을 잘 하도록 해야지 벌써 차기 주자를 얘기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고 봐요. 미국을 보세요. 미국은 대선이 내년인데, 우리처럼 매주 여론조사를 하고 그러진 않잖아요. 지금은 할 일이 태산인데. 북핵은 물론이고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면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이 우리보다 가난하게 살지도 몰라요. 신성장동력, 4차 산업혁명 대비 이런 걸 해야 돼요. 그런데 맨날 대선 얘기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의장 시절 4차 산업혁명 특위에 예산 인력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우리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봐요."

-국회의원들의 일탈행위가 최근 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도 있지만 법조문이 모호하고 국회의원들의 양식이 뒷받침되지 않아 사문화된 상황입니다. 국회 윤리특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의원 윤리 점검 장치를 의원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데요, 외부인이 위원이 되는 상설기구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일하는 국회의원, 존경받는 국회의원 像이 정립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의장 시절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정치인을 전면 배제하고 순수 외부 인사로만 위촉한 바 있습니다. 그래야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행 헌법 및 국회법 체계상 의원징계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윤리특위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으로 꾸려지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자문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고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장치를 마련하여 의원 윤리기강을 바로잡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의원 윤리에 대한 더 높은 기준과 평가가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외부인사의 참여통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일하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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