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메뉴열기 검색열기

[디지털인문학]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입력 2019-01-31 17:53

위행복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집행위원


위행복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집행위원



'대도(大道)'가 행해지면 세상이 모든 사람들의 것이 된다. …… 그렇기 때문에 자기 부모만을 부모로 모시지 않고, 자기 아들만을 아들로 키우지 않는다. 노인들은 노년을 편히 보내도록 하고 젊은이들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도록 하고 아이들은 건강히 성장하도록 한다.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노인, 병든 사람들도 모두 부양받도록 한다.
『예기(禮記)』가 '대동(大同)'의 세계를 설명하는 대목으로서 '빼앗지 않고 속이지 않고 훔치지 않으며 폭력을 가하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는 내용이 이어진다. 대동 세계는 당시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理想鄕)이었던 것이다.『예기』가 출현한 지 2천여 년이 지났지만, 상부상조하면서 누구나 최소한의 권익을 누리며 사는 공동체의 구현은 숙제로 남아 있다. 장구한 세월 동안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였고, 인간이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노동을 피할 수 있거나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가능성이 대폭 높아졌다. 그러나 '보편적 존엄'의 실현은 아직도 현재 세대의 과제로 부과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사람중심'을 화두로 삼고 있고, 유엔과 국제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설정해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No one is left behind)' 세상의 구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기술발전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거나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지 않도록 보장할 이념 창출과 제도 수립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으로 규정하며, 일상의 노동을 통해서도 자존을 확인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감의 공급은 자아 실현과 창의성 발현의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이며, '인간 존중'이라는 명제와 직접 닿아 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일의 개념이 바뀐다고 할지라도, 사람에게는 일할 기회가 공평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 문제의 해결은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차원에 머무는 조치가 아니라 개개인의 존엄을 구현하는 시책인 것이다. 『예기』에서부터 이미 일할 능력이 있는 모든 개인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까닭일 것이다.



기본소득에 관해 토론하면서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일자리가 없어 기본소득을 받고 사는 세상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일자리가 주어져 자신이 버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선택하겠는가?"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 학생들의 선택은 '일을 하면서 사는 세상'이었다. 빼앗지 않고 훔치지 않고 구걸하지도 않으면서 떳떳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화' 및 '무인화' 시스템의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남은 일자리를 고루 나눌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과학발전과 결합된 서비스들을 개발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중을 재교육할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오랜 기간 거부되어 오던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를 접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귀족노조' '밥그릇 지키기' 등등의 부정적 인식이 하루빨리 사라지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의 지혜를 모으고 실행하는 과정에, 인류가 축적해 온 발전의 혜택을 대다수가 향유하는 체제 및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토론과 실천이 선행되거나 최소한 수반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이나 기술 혹은 정보를 가진 소수가 성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것이 다수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면서 생산적 논의를 왜곡시키거나 와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사상'이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차지하거나 탐욕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늘 경계해야 한다. 시대마다 추구하는 가치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 동양사회의 경우 고루한 사고와 사회체제를 변혁할 필요가 있을 때는 사상과 이념을 둘러싼 논쟁과 실천이 높은 가치를 발휘했다. 중국의 건국 전후 시기가 그러했다. 그러나 사상적 변혁의 의미가 퇴색될 단계가 되자 '사상'이 권력투쟁의 수단이 되었고 문화대혁명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우리는 지금도 '사상'이 권력이나 금력을 거머쥐는 수단이 되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른바 '진보'와 '보수'가 안보관에 의해 갈리는 경향이 농후하며, 이러한 사고틀이 일부 국민들을 지배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국가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도덕성'과 '전문성'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능력주의(meritocracy)'의 함정을 경계하면서, 합리적 분배를 달성하는 화목한 세상을 정착시켜야 한다. 시대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새삼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도덕성과 전문성, 공동체 의식을 우선시 해야하는 시대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