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보야, 안보도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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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보야, 안보도 경제야

   
입력 2019-01-31 17:53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도 안보도 모두 지축이 흔들리고 있다. 안보마저 돈으로 계산하는지 트럼프대통령은 이번 달로 예정된 북한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문제를 양보하면 경제제재완화를 선물로 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남북경제협력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한국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신세가 되어 정신을 놓으면 미래가 비참해질 수 있다. 북한은 핵개발을 완성한터라 경제지원을 한국에 부탁하는 처지에 있었다가 요구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한국은 북한이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다. 평화지상주의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선심정책은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토 달기 어려운 분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선심성 대북경협 패러다임을 유지하면 북한에 탈탈 털릴 수 있다. 개성공단으로 재미를 본 북한은 대담해졌다.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 북한은 한국의 장관과 재벌 총수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북한의 전기, 철도, 도로 등 SOC사업을 한국 정부가 알아서 챙기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대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한국의 핵심 산업은 북한에 투자하라고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일 이렇게 되면 한국은 한편으로 세금폭탄에 시달리고 다른 한편으로 해외로 대거 진출한 주력 업종이 북한으로까지 떠나 껍데기만 남는다. 남북경협이 북한체제는 유지되고 한국은 몰락시키는 비극을 만들 수 있다.

체제가 다른 국가의 경제협력은 흥망을 좌우했다. 홍콩은 중국이 개혁개방하고 세계로 나가는데 관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홍콩은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었고 젊은이들은 나라를 떠났다. 대만도 마찬가지 신세다. 중국과 경제협력에 의한 시장 확대 효과는 중국으로 자본이 대거 이탈하면서 사라졌다. 게다가 군사력의 비대칭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일방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서독은 정반대였다. 통일 이전에 서독 기업은 동독에 투자하지 않았다. 투자보호 장치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일은 통일 이후 치솟는 실업 등 경제난을 추스를 수 있도록 산업기반을 강화했고 그 힘으로 EU의 최강국이 되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역사는 참혹했다. 같은 민족이니까 돕자고 투자했던 '선량한' 기업은 줄줄이 망했다. 1980년대 북한의 요구로 투자했던 조총련 계열 기업은 거의 다 사라졌다. 1990년대 평양 부근 남포에 경공업단지를 만든 대우의 야심찬 투자는 허망하게 끝났다. 2000년대 북한의 무력위협을 해소한다고 정부가 만든 개성공단사업도 마찬가지다. 투자한 기업들은 평화를 위한 지렛대가 아니라 북한의 인질이 되었다. SOC부족뿐 아니라 노동문제, 계약불이행문제, 부패문제 등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실패하게 만들었다.

경제협력으로 평화를 얻겠다는 환상은 비싼 대가를 치른다. 한국은 북한의 핵보유에 더해 설상가상의 일을 겪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 요구 수위를 낮추면서 한국에게 방위비분담 증액을 요구한다. 수용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기세다. 이러한 안보 공백을 틈타 일본은 초계기비행으로 한국을 시험한다. 중국은 아예 드러 내놓고 한국을 무시한다. 군용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진입하고 중국의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한국 경제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항의도 못한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영토분쟁으로 대립하지만 일본의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시대의 한가운데에 한국과 북한이 서있다. 각국의 안보는 경제력과 함수관계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 앞에 그리고 미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미국 앞에 작아진다. 중국은 경제력이 커졌다고 큰소리치며 미국과 무력대결도 불사할 것처럼 나섰다가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이자 조용해졌다. 화웨이 등 중국의 대표 기업이 단칼에 제재를 당하자 미국에 납작 엎드렸다. 한국의 경제기반이 약화되면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꼼짝없이 당한다. 남북화해 좋다. 그러나 무너지고 있는 한국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경제마저 망가지면 평화도 없다. 바보야, 안보도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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