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이 묻는다] 최종일 대표 “단기 성과 집착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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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묻는다] 최종일 대표 “단기 성과 집착 버려야”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2-07 18:25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천지 차이… 실패 분석은 성공의 단초
애니메이션, 열악한 자본·왜곡된 유통구조 개선해야 경쟁력 갖춰
韓 디바이스 강하지만 플랫폼은 취약… 글로벌 생태계 대처 못해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박동욱기자 fufus@



박영서 논설위원이 묻는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요즘같이 힘든 때에도 끄떡없이 회사를 이끌어나가며 도약하는 경영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경영자가 최종일(54) 아이코닉스 대표였다. '뽀통령(뽀로로 대통령) 아빠'로 불리는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 콘텐츠 분야의 개척자이자 독보적 인물이다. 그가 창업한 아이코닉스는 한국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뽀로로 등 아이코닉스 콘텐츠의 월간 뷰는 4억 건이 넘고 매출은 작년 1000억원을 넘었으며 캐릭터 상품 수는 3000여종에 이르는 등 거침이 없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아이코닉스 사옥 8층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순탄치않았던 그의 외길 스토리, 문화콘텐츠 산업의 나아갈 방향, 앞으로 펼쳐질 그의 '집요한 상상' 등을 들어보았다.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업하기에만 좋은 환경과 상황이 주어졌을 리 만무했을 것이다. 최 대표 역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것이 오늘날의 아이코닉스를 만들었다. "회사를 차린 후 만든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수호요정 미셸'이었다. 광고회사(금강기획) 다녔을때 애니매이션을 기획·제작한 경험이 있어 자신 있었다. 성공할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그런데 참담한 실패였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첫 번째 작품의 실패를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내가 얼마나 근거없는 교만함을 갖고 있었는 지를. 여전히 모르는 게 많았고 갈길은 멀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게 말하지만 당시는 정말로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그러나 '수호요정 미셸'은 소중한 가르침을 준 작품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다시 준비해서 나온 것이 '뽀로로'였다. 큰 고통이 있어서 나는 성장했다."

최 대표는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 실패의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매번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성공의 단초를 만들어 나갔다. "기업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위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내부적 요인에 의한 위기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위기, 두 가지다. 외부적 위기는 외부적 환경변수에 기인한 것이라 의지대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내부적 위기는 그렇지 않다. 원인을 찾아 바로잡을 수 있고,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도 할 수 있다. 핑계를 대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나는 매번 철저히 실패원인을 분석했고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았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동시에 직원들의 팀웍을 증강시키면서 다시 도전했다."

그렇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개인이나 개별기업의 능력만으로 발전되기는 불가능하다. 그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경쟁력을 축적했고 세계화를 이룩한 나라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K팝,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등을 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애니메이션 역시 발전을 거듭했다.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의 애니메이션 수준은 미미했다. 지금도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열악한 부분이 많다. 자본의 열악함, 왜곡된 유통구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부분을 보강·개선하지 않으면 한국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애니메이션 선진국이란 목표는 몇몇 기업이나 창작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정부나 공공 부분도 관심을 함께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문화콘텐츠 지원이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애니메이션은 문화 범주에 포함된다. 문화란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콘텐츠 붐이 일어서 그런진 모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분야가 굉장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분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문화 측면이 아닌 산업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산업 측면이라면 빨리 눈에 띄는 성과가 나와야 한다. 가시적 성과가 안 나오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고 조급하게 정책을 바꾼다. 문화는 정말 긴 호흡으로 육성해야 한다. 더구나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을 맞고있어 보다 혁신적인 관점이 필요한 시기다. 때문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적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 육성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맞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했다. 기존의 성장전략으로는 미래를 가질 수 없다. 최 대표도 이를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 한 번 집계해 봤더니 수출국이 130여개 국이었다. 요즘은 집계를 안한다. 별 의미가 없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로 나가기 때문이다.전에는 프랑스 칸느, 그런 데 가서 판촉을 하거나 각 나라의 방송사들과 일일이 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이 많이 떨어진다. 유튜브 등 플랫폼이 상황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현재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아이코닉스 콘텐츠의 월간 유튜브 조회 수는 4억건이 넘는다. 전 세계가 뽀로로를 보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활용 전략을 대폭 강화해서 월간 뷰 세계 1위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최 대표는 초연결·초지능 사회의 도래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초연결·초지능 사회는 기기간 연동을 통해 기존에 없던 혁신과 서비스를 만들 것이다. 따라서 디바이스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나는 디바이스가 굉장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한국은 디바이스 세계 강국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강자가 존재하는 나라다. 반면 한국은 세계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선 약자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플랫폼 사업자가 없는 실정이다. 모든 것이 연결돼 글로벌 생태계가 형성되는 환경에 한국은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을 보라. 이미 디바이스 제조에서 콘텐츠 영역으로 관심을 옮기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제대로 대응 못하면 이들에게 지배당한다.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다. 이에 대처하는 전략을 마련중이다."

새로운 발상과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최 대표, 그는 디바이스와 콘텐츠 간 합종연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의 우수한 디바이스와 콘텐츠 간 협력이 확대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를 통해 '개방형 K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글로벌 공룡에 맞설수 있는 강력한 진영을 구축할 수 있다. 4G 시대에 PC가 폰에 들어왔다면 5G 시대에는 TV가 폰에 들어온다. 영상 콘텐츠는 5G 시대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따라서 영상 디바이스와 콘텐츠의 결합은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믿는다. 이같은 유기적 연결은 한국이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게다가 제2의 벤처 붐도 일으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애니메이션 업계가 4차산업혁명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애니메이션 사업을 시작했던 90년대 중반, 시리즈 하나 만들려면 제작 인원이 200~300 명 필요했다. 지금은 50 명 정도면 만든다. 많은 작업들이 컴퓨터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알파고 충격'은 비단 바둑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 인간 두뇌가 처리해왔던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렇지만 '두려운' 생각 보다는 '긍정적' 생각을 해보자. 문화콘텐츠 분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첫째, 문화적 창의성과 감성을 컴퓨터가 초월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문화콘텐츠는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이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창의력·상상력의 산물이다. 두번째론, 4차산업혁명 기술의 도움을 받아 창작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점이다. 즉, 1인 콘텐츠 시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렇게되면 콘텐츠 생산자의 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고, 산업 전반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최 대표는 4차산업혁명 속에서도 상상력과 창의력은 여전히 핵심 경쟁력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상상력과 창의력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콘텐츠가 나온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천재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나는 많은 대가들,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만나보면 대부분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노력과 지식이다. 그들은 목표를 세우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파는' 집요한 노력이 있다. 또한 그들은 끊임없이 지식을 쌓는 사람들이다. 지식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상상력·창의력의 기반이다.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섰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없다. 노력과 지식이 쌓여 상상력과 창의력이 나오고, 그것에서 콘텐츠가 나온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이는 변할 수 없다. 오히려 가속이 붙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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