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포스트 브레튼우즈` 시대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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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칼럼] `포스트 브레튼우즈` 시대 홀로서기

   
입력 2019-02-07 18:25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70년간의 세계질서는 미국이 주도한 브레튼우즈 체제로 요약된다. 군사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대외 개입정책,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 체제를 두 축으로 세계질서가 형성됐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 발휘된 것이 사실이다. 자유무역은 전 세계적으로 저렴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촉진하고, 각국 경제간 연계성을 높임으로써 국제협력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반면, 제1세계에 의한 제3세계로의 선별적 간섭은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테러리즘의 형태로 결집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서구선진국은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이지만, 대내적으로는 특정계층의 일자리 상실과 빈부격차 확대의 본산이 되어버렸다. 제4차 산업혁명은 신기술에의 접근에 유리한 국가와 계층에 부를 몰아주게 되어 이러한 부작용은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일관성이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지만, 미국이 대외 군사개입을 회피하고 자유교역체제로부터 급격히 이탈하며 브레튼우즈 체제에 근본적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시리아와 아프간에서의 미군의 감축을 비롯하여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직접적 개입 대신 지역적 세력균형 유도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경제는 자체적 셰일 가스·오일 개발로 인해 내년부터는 에너지 순수출국이 되기에, 당분간 중동산 원유에의 의존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미군의 감축은 전세계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력으로 작용하여 미국의 실리를 챙기게 됨은 물론, 미국 본토에서의 각종 현안 해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것은 동북아시아에서도 언제든지 미군 감축을 통한 지역적 세력균형 유지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직접 개입하여 북한핵을 폐기시키는 대신, 북한으로 하여금 ICBM을 포기하게 하여 미국본토에 대한 위협요인을 제거하고 핵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문제를 봉합한 후, 일본의 영향력을 키워주어 중-일간의 세력균형을 유도하는 수순 말이다.



이러한 포스트 브레튼우즈 세계질서에서는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는 더 이상 국제적 목표로 기능하지 못한다. 미국이 무역수지 균형과 자국 기술패권 유지를 목표로 통상보복을 시행하고 G2 경제전쟁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질서 형성에 독립 변수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국가가 자유무역을 실제로 시행하게 되면 반사적 손해만 입게 된다. 보호무역을 얼마나 현명하게 시행하느냐가 국가생존의 방정식이 되고 말았다. 포스트 브레튼우즈 시대에서 각국의 홀로서기는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세력균형 체제에서는 균형 축을 형성하는 국가에게는 안정성을 가져다주나, 이로부터 밀려난 국가에게는 불안정성을 가중시킨다. 주축국들간의 거래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나라들의 운명이 언제라도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와 경제가 동북아 세력균형의 축에 참여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시켜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노력의 핵심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이다.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를 아무리 개선하더라도 중국과 외교•경제 동맹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중간의 줄다리기에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미국이 일본에 지역적 책임을 맡기는 상황에서 우리의 유일한 대안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미-일 동맹의 축에 참여하여 세력균형 체제가 주는 안정성을 누리는 방안일 것이다.

포스트 브레튼우즈 체제를 향한 일본의 홀로서기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미국이 빠져 소멸돼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주도해 세계최고 수준의 경제동맹체제인 CPTPP의 맹주로 자리매김 했다. 무역보복의 외풍을 막아줄 광역 공급체인을 구축해놓는 의미도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홀로서기 정책을 대변해주고 있다. EU 공동체와 분리된 대외통상 규제의 재량권을 확보하고, 이민자 통제와 안보정책 결정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중국은 더 이상 브레튼우즈 체제의 혜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금융망을 형성함으로써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조차도 핵무기 개발을 통해 대외협상 레버리지를 높여 동북아 세력균형 축에의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홀로서기는 무엇인가. 남북 경제협력, 일본 때리기,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 한반도 운전자론 등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점 외교정책들은 모두 포스트 브레튼우즈 시대에서의 현실외교가 아니라, 마치 미국이 2차대전 직후 펼친 이상주의적 이념외교를 방불케 한다. 급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 홀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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