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電工大` 개교, 시간에 쫓기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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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韓電工大` 개교, 시간에 쫓기지 말아야

   
입력 2019-02-11 18:11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UIC 과학기술정책전공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UIC 과학기술정책전공

범정부 차원의 '한전공대 설립지원위원회'가 최근 광주와 나주 가운데 나주를 '한전공대'(가칭)의 최종 설립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학부생 400명과 대학원생 600명 등 학생 1000명, 교수 규모 100명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대학부지 40만㎡를 포함한 120만㎡의 부지에 설립될 전망이다.

한전공대의 부지 선정결과가 발표된 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미 대학 설립이 공식화된 마당에 한전공대를 어떻게 제 궤도에 올리고 유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전공대 설립의 정책적 논리는 지역균형적 발전과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다. 전남권에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대가 있지만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설립함으로써 대학을 핵심으로 한 지역혁신체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한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에 대학을 설립함으로써 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구 집중도를 높이고 관련 기관을 집적화하는 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배경에 있다.

하지만 한전공대를 순조롭게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산적한 과제가 있다 가장 큰 과제는 한전이 한전공대를 끌고 나갈 조직 차원의 의지와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고 충분하고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으로선 한전이 한전공대를 이끌어갈 자생적이고 조직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 기본적으로 한전공대 설립은 한전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전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다.



한전 사장의 임기가 제한적이고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인 상황에서 정부의 선호에 따라 사장이 임명되는 구조인 한전이 한전공대를 중장기적으로 이끌어갈 의지를 구조적으로 지닐 수 있는지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 한전대학을 중장기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한전이 고등교육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지니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한전공대가 참고로 삼고 있는 포항공대(POSTECH)의 성공은 포항제철의 설립자인 박태준 회장이 갖고 있었던 분명한 비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 반면 한전공대 설립의 논리와 철학은 매우 빈곤하다. 현재로선 그저 그런 대학을 신설하는 데 그칠 우려가 크다. 한전공대가 어떤 철학과 비전을 지닌 대학이 될지 한전은 차별화된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가 정하는 전기요금에 따라 기업이익이 결정되는 구조를 지닌 한전이 한전공대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한전공대는 설립에만 5000억원의 예산이 들고 운영비가 매년 500억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한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벅찬 규모다. 한전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한다면 기존의 광주과학기술원(GIST)과의 차별성이 약해진다. 지방균형에 초점을 맞추면 국립대학인 전남대와 광주과학기술원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타당해 보인다.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둔다면 굳이 전남에 학교를 세울 타당성이 낮아 보인다. 우수한 연구자와 학생을 확보하고 한전공대만의 특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재원구조의 논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고등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은 긴 호흡을 갖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설립에 필요한 비전과 의지를 갖추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전공대는 시간과의 헛된 싸움을 벌여야 하기에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 대학 설립 당위성부터 재원 마련 방안까지 원점에서 엄밀하고도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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