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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김진태는 `5·18`에 역린했나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2-19 17:54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5·18'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등이 개최한 국회 5·18공청회를 계기로 '5·18 망언' 논란이 다른 이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김경수 드루킹 사건 유죄 판결에서 드러난 여론 조작의 심각성, 심지어 트럼프-김정은 회담까지 묻히고 있다. 5·18 망언 논란은 한국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태 의원을 주 타깃으로 삼으면서 그에게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극우', '꼴통보수'라 칭해지는 김 의원이 좌파의 공격으로 인해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은 참 아이러니다. 기성 언론의 노골적인 '패싱'을 당하고 있던 그가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중이다. 유튜브의 김문수TV에 올라온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후보의 연설 동영상에서도 그는 조회 수와 좋아요 수에서 다른 두 후보를 압도한다.
김 의원이 5·18에 대해 폭동이라든가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는 말은 했다. 그를 비난하려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5·18을 폄훼하는 행위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만약 명단을 공개하라는 주장이 5·18을 모욕하는 일이라면 6·25 참전용사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이 6·25참전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6·25 참전용사의 무용담이 애국심을 고취하는 것처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의 활동상이 민주화에 대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느끼게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명단이 공개된다 해서 당사자들에게 자랑이 될지언정 모욕은 안 될 터이다.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쪽은 정보공개법 상 규정을 든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반대 논리는 빈약하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로 비공개 정보를 열거하고 있다. 5·18 유공자와 관련한 공개 예외 정보라면 공개될 경우 개인 사생활을 명백히 침해하는 정보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가능한 한 부분적으로 비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비공개 대상은 주민번호·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신상정보로 국한되는 것이 옳다.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입법 취지는 민감한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지 공적 영역의 활동 내용까지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년 12월 시민단체들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 대해 법원은 공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명단 공개에 반대하는 측은 정보공개법과 바로 이 판결을 반박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만약 다시 소송을 제기한다면 판사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릴 여지는 충분하다.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주장의 배경에는 5·18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39년이 지난 사건인데도 아직도 수백 명씩 유공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최근만 해도 2017년 2월 173명이 새로 유공자로 인정됐고 그 2개월 전에는 53명이 유공자가 됐다. 5·18 유공자와 자녀에게는 연금과 더불어 국가 임용고시에서 가산점을 부여받는 등 수십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이다. 5·18 유공자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진실한 유공자들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진성 유공자들이 나서서 5·18 명단을 공개하자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나 정보공개법에 민감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개인의 공적사항을 공개한다는 조항을 넣는 법 개정을 하면 된다.

누구나 마음 속에 양심이라는 공정한 심판관을 두고 있다. 스스로 그 양심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양심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때 타인의 인정을 못 받는 것 이상으로 배겨내기 힘들다. 타인은 외면할 수 있지만 양심은 영원히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진실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으며 오래 지탱할 수 없다. 진실을 드러내려는 행위는 인간 본성이다. 김진태 의원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은 양심의 소리에 순응한 것이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무슨 성역(聖域)에 역린(逆鱗)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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