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개 기관 중 징계요구 112곳
국감 채용비리 규모와 큰 차이
정부 다양한 보안대책 마련에도
비리 근본 차단 가능성은 의문
정부 '채용비리' 36건 수사 의뢰
정부는 공공기관 등 1205개 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실태를 전수 조사해 비리 혐의가 짙은 31곳의 36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사의뢰를 포함한 총 징계요구 건수가 총 112곳에 불과해 '빙산의 일각'만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는 20일 1205개 공공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및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1205개 기관의 채용비리를 조사한 결과 적발된 채용비리 건수는 총 182건이었다. 정부는 이 중 부정청탁·부당지시 및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은 수사를 의뢰했고, 나머지 146건에 대해서는 관계자의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182건은 유형별로 신규채용 관련 채용비리 158건(수사의뢰 30건, 징계·문책 요구 128건) 정규직 전환 관련 24건(수사의뢰 6건, 징계요구 18건)이다. 또 182건 중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은 16건이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2017년 10월 특별점검 이후 실시한 신규채용과 2014년 1월~지난해 10월까지 최근 5년간 이뤄진 정규직 전환이었다.
이번 조사로 채용비리가 적발된 기관은 근로복지공단·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한국기계연구원·원자력연구원·경북대치과병원·한국국방연구원·전쟁기념사업회·한국건설관리공사·부산항보안공사 등 31개였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2014년 2월 응시자격(의료 관련 자격증 소지자)이 없는 지원의 자매·조카·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해 최종 합격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홈쇼핑은 2015년 2월 고위직의 자녀를 포함, 6명을 신규 채용 시험 없이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2월 간부 지시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아닌 비 상시업무 종사자 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국토정보공사는 2016년 3월 직원 자녀를 당초 자격 미달로 불합격 처리했다가 같은 해 5월 자격 미달자임을 알면서도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논란을 시작으로 국정감사 과정 중 불거진 채용비리 규모와 이번 조사 결과의 차이가 적지 않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정감사 중 함진규 한국당 의원은 같은 해 5월 한국국토정보공사 비정규직 22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그중 19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완수 의원은 인천공항공사 보안 협력업체 6곳에서 직원 친인척 채용 사례 14건이 공사 감사실에 적발됐다고 밝혔다.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8월 3일 인력공단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문을 닫은 검정원 직원 중 66명을 경력직으로 흡수 고용했는데, 이 중 6명이 인력공단의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또는 조카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을 전직 임직원으로 확대할 경우 채용비리 건수와 수사 대상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보안장치를 마련했지만, 채용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임직원 채용시 기관장의 재량이 과도한 특별채용 규정을 정비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의 통합·위탁채용을 활성화하기로 하는 한편 고용부 워크넷을 통해 모든 공공기관의 채용정보를 공개해 구직자의 정보 접근성과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인원을 매년 기관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파견·용역 업체 등 민간기업에 부당한 채용 청탁·압력·강요 등을 할 수 없도록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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