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에 균열이 일고 있다. 영국에 이어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도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듯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독일이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관련 부서 장관들은 2주 전 이 사안에 대한 예비 합의를 이뤘다. 이번 결정은 독일 정부가 유관 부서가 협의한 결과 화웨이가 스파이 활동에 참여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데 따라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 영국이 이같은 미국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의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의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는 최근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면서도 사이버 안보 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영국은 미국과 기밀을 공유하는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구성원이다. 이에 영국 정부의 결정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러한 관측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뉴질랜드 정부도 이날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직 아니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역시 파이브 아이즈 일원 중 하나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이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뉴질랜드는 영국과 절차는 다르지만 비슷한 입장에 있다"며 "아직은 화웨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뉴질랜드는 화웨이를 배제한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왔다. 뉴질랜드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보안국(GCSB)이 지난해 11월 중국의 차세대 이동 통신망 기술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던 총리는 이날 GCSB가 우려나 안보 위협에 대해 독립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의견을 피력했다.
뉴질랜드의 입장 변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화웨이 처리 방식을 놓고 이어진 중국 당국의 보복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최근 화웨이와 관련한 보복 조치로 중국인들이 뉴질랜드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는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관광산업,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뉴질랜드로서는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한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이날 방송된 CBS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 정부에 어떠한 정보도 제공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부정한 방법으로 화웨이 기술에 접근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가능"이라며 "만일 그랬다면 미국이 우리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아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