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판매 2003년이후 최대
노사화합 15년만에 내수 3위
나머지 업체는 노사갈등 신음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쌍용자동차 노사는 9년째 무분규다. 국산차 업계에 널리 퍼진 고질병인 파업의 '무풍지대'인 셈이다. 이는 회사 창립 이래 최대 매출 실적과 연간 판매 3위라는 지각변동을 몰고 온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올해 3월 출시할 신차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코란도를 앞세워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내수 시장 3위 지키기에 나선다.
쌍용차가 작년 2003년 이후 15년 만에 내수 시장 3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잡음 없는 노사 관계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작년까지 9년 연속 무분규 임금과 단체협약 타결을 바탕으로, 9년 연속 내수 시장 성장을 이어왔다. 올해 역시 쌍용차는 노사 상생 환경 개선과 원활한 소통 방안에 집중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물론 여러 지표에서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내수와 수출을 포함 14만3309대(반조립제품 포함)를 판매하며 작년 매출 3조7048억원으로, 창사 이래 연간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영업손실 642억원으로,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측은 전년에 비해 적자 폭이 축소된 만큼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하는 경쟁사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당장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해 민주노총과 총파업 등을 예고한 상태고, 쌍용차 노조와 함께 모범생으로 꼽혔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아직 작년 임단협조차 매듭짓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쌍용차 노사의 화합은 과거 큰 산을 함께 넘어본 경험에서 나온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09년 대주주였던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손을 떼며 대규모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쳤고 회사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당시 전체 근로자 30% 이상인 2600명이 회사를 떠났다. 바닥까지 내몰렸던 쓰라린 경험은 쌍용차 노사 양측에게 '회사 없이는 노동자도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경영실적에서 뚜렷한 성과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노사 관계에서의 해묵은 갈등도 마침표를 찍었다. 작년 9월 노사 합의로 해고자 복직 문제를 매듭지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대규모 해고 사태 이후 9년 만이자 3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뒤 이뤄진 합의다. 당시 쌍용차 노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함께 교섭을 진행해 해고자 119명을 2019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31일 해고 노동자 60%를 채용했고 나머지 노동자도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올해도 지속성장 가능성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실을 이끈 장본인은 오는 3월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다. 그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티볼리의 성공적인 출시를 시작으로, 쌍용차 노사 관계, 최대 매출 등을 이끌어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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