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英 국가신용 강등 경고
"브렉시트 연기" 목소리 커져
메이 - 융커 위원장 회담 진행
"수일 내 다시 만나 논의할 것"
세계 경제의 4대 악재 중 하나로 꼽히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융커 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양측은 이날 회동을 마친 뒤 공동성명을 내고 "건설적인 회담을 진행했다"며 "수일 내 다시 만나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메이 총리는 이날 회동을 두고 "진전이 있었다"며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안전장치는 무한히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변화를 줘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평가와 달리 양측은 이날 회동에서 최대 쟁점인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와 EU 측은 브렉시트 협상을 위해 21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실제로 융커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 앞서 브렉시트 합의문을 재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메이 총리와의 만남에서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11월 서명한 브렉시트 합의문에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국경 간 '하드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영국 내에서는 '안전장치' 적용 기간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EU 관세동맹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영국 하원은 지난달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이후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 조항에 변화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영국 정계에서는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하원의원 7명은 지난 18일 제러미 코빈 대표의 브렉시트 정책에 반발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집권 보수당 의원 3명 역시 "정부의 형편없는 브렉시트 대처가 (탈당을 결심하게 된) 결정타였다"며 20일 탈당을 발표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대 15명의 영국 각료들도 오는 27일 의회 투표에서 정부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총사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영국 '엑소더스'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 혼다, 파나소닉 등은 영국 내 공장을 폐쇄하고 유럽 본사를 네덜란드로 이전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영국의 신용등급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영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편입한다고 전했다. 피치가 부여한 영국의 현 신용등급은 'AA'다. 피치는 등급 편입을 발표하며 "브렉시트 과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파괴적인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커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융커 위원장 또한 "영국이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한다면 EU에 있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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