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마키아벨리 `로마史 논고` 다시 꺼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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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마키아벨리 `로마史 논고` 다시 꺼낸 이유

   
입력 2019-02-21 18:22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지난 주말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를 꺼냈다. 정치사회의 현실이 답답할 때면 펼쳐보곤 하는 '나의 동화책'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공동체 모습을 담고 있어 정치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으로 여겨지는, 고대 로마 공화정에 대한 내용이다.

요즘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이다. 그 이유는 상당 부분 지도층의 책임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줄줄이 교도소로 가고 있다. 공동체 유지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은 전직 대법원장과 행정처 간부가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공소장에 정치인들의 '재판청탁' 정황이 드러나면서 신뢰가 추락했다. 몇몇 언론계와 경제계 인사의 모습도 국민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주고 있다.

경제정책의 영향으로 경제의 활력도 사그라들고 있다. 이제 그만 회사를 정리하고 싶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직장인과 청년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적으로는 북핵과 외교 고립으로 인한 안보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마키아벨리도 비슷했다. 그가 살았던 당시 그의 조국 이탈리아는 외세의 각축장이었고 희생양이었다. 분열된 자치국들은 무능했고 프랑스와 스페인의 침략과 살육이 계속됐다. 그는 이런 정치환경을 답답해했다. 통일된 근대국가를 건설해 공동체의 안정을 만들기 위한 해법을 고대 로마 공화정에서 찾았다.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을 독자들께 그의 책 몇 구절을 소개해주고 싶어졌다. 2천여 년 전 로마에는 내우외환 대한민국이 지금 필요로 하고 있는 지도층과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기원전 287년~기원전 133년 황금기 로마 공화정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청빈함이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지도층이 그랬다. 답답할 때면 찾아 읽는 대목은 킨키나투스와 레굴루스라는 두 인물에 대한 내용이다.



아이퀴인들에게 포위당해 위기에 빠진 로마는 임시 독재집정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킨키나투스를 선출하고, 원로원의 사절이 이를 알리기 위해 킨키나투스를 찾아갔다. 그때 그는 자신의 작은 농장에서 손수 노동을 하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로마에서 가난이 명예롭게 여겨지고, 킨키나투스와 같은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4유게라의 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이하 강정인 역)

마르쿠스 레굴루스에 대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그가 군대를 이끌고 아프리카에 있을 때, 원로원에 잠시 휴가를 신청했다. 자신의 농장이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소식에 농장을 돌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마키아벨리는 책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로마 시민들은 가난에 만족했고, 전쟁으로부터 얻는 명예로 충분했으며, 모든 획득물을 공공의 처분에 맡겼다. 만약 레굴루스가 전쟁으로 부유해질 것을 기대했더라면, 그의 토지에 대한 어떠한 피해도 그에게 별다른 걱정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적인 지위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검소하고 겸손했으며, 자신들의 작은 재산을 소중히 돌보았고, 행정관들에게 복종했으며, 연장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현직에서는 물론, 은퇴 후에도 '전관예우'나 특혜를 바라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외에도 파울루스, 뭄미우스, 카토 등의 지도층들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며 검소하고 질박하게 지냈다. 그런 모습에서 리더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생겼고, 그것이 로마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번영으로 이끌었다.

'로마사 논고'를 덮으니 다시 '현실'이다. 비교가 되어 더 답답해지셨는가. 아니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니 짓누르던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셨는가. 해법은 명확하다. 지도층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고, 현직에서건 전관예우로건 특혜를 바라지 않으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보수라면 공동체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검소하게 생활하고 특혜를 거부해야 한다. 진보라면 자신이 꿈꾸는 변화를 말로 주장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현실에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고, 다시 번영할 수 있다. 2000여 년 전의 황금기 로마는 2019년의 대한민국에게 그렇게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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