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기아자동차 노동자 2만7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일부 인원이 감축했고, 통상임금으로 인정됐던 중식비 등이 제외됐다. 쟁점이었던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은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 측은 사실상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해석했고, 사측은 유감을 표명하며 결과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22일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1심 재판부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던 중식비와 가족 수당, 휴일특근공제 등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애초 노조 측이 청구한 청구금액은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일부 인원이 떨어져 인원이 감축해 청구금액이 감소했다"고 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신의칙 원칙이었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상 개념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신의칙 때문에 회사의 지급 책임이 없다고 봤다.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신뢰를 기초로 기존 노사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한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차 측은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상호 전국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부 패소한 게 있지만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며 "기아차는 체불임금 지급을 더는 지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현재 노사가 논의하는 통상임금 특별위에서 조기에 원만히 타결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이라며 "선고결과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과는 별도로 기아차 노사는 작년 9월부터 본회의 5회, 실무회의 9회 등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지속적인 자율협의로 노사 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2014년 10월에는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냈다. 2011년 소송을 낸 노조 측이 회사에 청구한 임금 차액 등은 총 6588억원이다. 이자 4338억원을 더하면 총액은 1조926억원에 달한다.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채권 청구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3년 치 임금이다. 김양혁기자 mj@dt.co.kr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22일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