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김정은의 `베트남別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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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김정은의 `베트남別曲`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2-26 18:18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두 번째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2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이번에 비핵화 논의가 정말로 진전될지, 두 사람이 어떤 타협을 할지 등 회담의 향방이 궁금하다. 동시에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 베트남이 북한의 '귀감'이 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양국 관계는 부침을 거듭했지만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북한과 베트남은 사회주의 진영의 오랜 동지다. 베트남전쟁이 터지자 북한은 '형제국' 북베트남을 지원했다. 북한은 북베트남에 무기, 군복 등을 지원하고 소규모 공군 병력도 파견했지만 이것보다 더 큰 도움이 있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남한의 발목을 확실히 잡아준 것이다. 1964년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파병을 결정, 베트남에 병력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이 한국 본토에서의 대북 방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국회에서 파병안이 심의되었을 때 이 문제는 최대 쟁점이 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 약한 고리를 치기로 했다. '남조선 혁명론'을 주창하면서 북한은 백마부대 파병이 본격화됐던 1966년 10월부터 무장게릴라를 남한으로 침투시키는 등 거센 대남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남북 간 군사대결의 강도가 높아지는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전투부대 추가파병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추가 파병 협상이 진행됐으나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1968년 1월 21일 저녁 자하문 일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북한 특수부대 소속 31명이 청와대를 목표로 침투하다 우리 군경과 교전을 벌인 것이다. 생포된 김신조는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라고 말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 국민은 경악했다. 이틀 뒤 벌어진 사건은 한반도를 전시상태로 몰아넣었다. 동해상에서 미 해군의 최신예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된 것이다.

이는 남한의 관심을 남북 대결로 돌려 남베트남에 대한 남한의 군사적 지원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북한의 고강도 군사 도발은 효과를 거뒀다. 한국군 추가 파병은 불가능해졌다. 한국군 증원이 없는 가운데 미국은 갈수록 주둔 병력을 줄여나갔다. 남베트남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게 됐다.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 탱크가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현 호치민)의 대통령궁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면서 베트남전쟁은 막을 내렸다. 이를 보면 베트남은 북한에 '큰 빚'을 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혈맹'이었던 양국 관계는 19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면서 서로 대사를 소환할 정도로 악화됐다. 1984년 대사 관계를 복원했으나 1992년 베트남과 한국이 수교하면서 다시 냉랭해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다시 가까워졌다. 비록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베트남 여성이 연루되면서 삐걱거렸지만 복원된 상태다.
이번에 베트남이 회담장소가 된 것은 북한에서 비교적 가깝고 강화된 양국 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평양에서 베트남은 비행기로도 갈 수 있고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실제 김정은은 열차로 떠났다.그런데 회담장소로 베트남을 제시한 쪽은 미국이었다. 여기에는 지리적 조건 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바로 베트남의 경험을 배우라는 것이다.

북한은 베트남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독자적 개혁개방 노선인 도이모이(쇄신)를 시작한 이래 베트남은 전쟁으로 파괴된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과거 30년간 베트남에 일어난 이런 변화에 대해 김정은은 알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마음을 끄는 것은 개발독재 모델일지 모른다. 공산당이 개혁·개방을 주도하는 베트남 모델은 체제 유지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김정은 입장에선 선호하는 모델일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이다. 베트남전쟁때 큰 신세를 지었으니 이번에 손사래 치지말고 양손을 꽉 잡아주었으면 한다. 눈부신 경제성장 경험을 전수해 북한 경제개발의 '롤 모델'이 되어주고, 국제사회에서 중개자 역할도 해줬으면 좋겠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도 회담 틈틈이 직접 베트남의 '상전벽해'를 눈으로 확인해 주기를 기대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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