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간 공공설비 등 해킹 시도
美北 정상회담 기간에도 강행
국내 정치권 '정상' 단계 유지
사이버 공격 주체에서도 삭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돈줄이 막힌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시도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우리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5일 글로벌 보안업체 맥아피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이 지난 18개월간 전 세계 곳곳의 은행이나 전기·수도 등 공공설비, 석유·가스 회사 등을 대상으로 해킹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아피는 북한 해커들이 100개가 넘는 미국과 전 세계 회사들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특히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심지어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도 열렸지만 그 와중에도 사이버공간에서는 북한의 공격이 계속 된 것이다.
북한 해커들이 타깃한 목표 대다수가 미국에 집중된 가운데 공격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가스·석유 허브인 휴스턴과 금융 중심지인 뉴욕이라고 맥아피는 밝혔다. 이어 서울과 함께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 일본 도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이탈리아 로마, 태국 방콕, 타이베이, 홍콩 등이 다른 주요 타깃된 것으로 분석됐다.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미군 사이버사령관은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 역량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카소네 사령관은 "북한과 이란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우려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사이버 범죄와 공격을 일삼는다"고 경고했다.
상황의 심각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은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의 사이버 공격 의심 상황이 지적되자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이 직접 나서 "북한으로부터 어떤 사이버 공격도 없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국가 사이버테러경보 시스템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관심' 단계에서 '정상' 단계로 조정된 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보안 경보 단계는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심지어 올해 국방부가 새롭게 발표한 새 국방백서에는 사이버 공격의 주체에서 북한을 삭제했다.
하지만 북한 배후로 추정되는 정보 수집과 외화벌이를 위한 사이버 공격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는 게 국내외 보안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최근 15개월간 북한은 무기 시험은 하지 않았지만 그 기간에도 사이버 공격은 중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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