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전기차 전쟁, 虛와 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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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수 칼럼] 전기차 전쟁, 虛와 實

예진수 기자   jinye@
입력 2019-03-05 18:13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군사력의 변화, 인구 구조, 에너지 인프라 등 변수 외에도 중국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전 세계를 사들인다"거나 "중국의 해외 투자가 하나부터 열까지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이 난무한다.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제는 아수라장이 됐고, 국제 체제도 격변에 휩싸였다. 미국과 중국은 '조건부 휴전'으로 절충점을 찾고 있고 미중 무역 분쟁은 곧 타결될 전망이다.
통상분야에 속설이 있다. 미국은 어느 국가든 자신의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는 나라는 결코 허락하지도, 세계 1위 자리를 호락호락 물려주지도 않는다는 견해다. 일본이 급부상하면서 어느샌가 미국 GDP의 40%를 웃도는 경제력을 보유하게 됐다. 일본 기업이 의기양양하게 미국 기업까지 마구 사들이자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의 기를 꺾었다.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실질 GDP 증가율은 평균 1%로 하락했다.

중국의 GDP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이미 미국의 40%를 돌파했지만, 오바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차이나 머니' 공습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무역전쟁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할 만 하다. 2017년에 미국의 명목 GDP는 19조4000달러, 중국은 11조8000억달러로 중국이 미국의 60% 수준을 기록했고, 한발 늦었지만 미국은 어김없이 중국에 무역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건곤일척 승부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한국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이후 중국 시장에 의존해온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중국이 향후 5년간(2019∼2024년)에 걸쳐 총 1조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한국이 매년 수출액의 3.1% 수준인 230억 달러(약 25조9210억원)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의 이면에 자동차 주도권 경쟁이라는 빅카드가 숨겨져 있다. 미국이 중국의 성장 동력 가운데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자동차다. 자동차는 미국인들에게 영혼의 일부로 여겨지며 미국은 1920년대 전 세계 자동차의 85%를 생산하던 유일한 자동차 패권국이었다. 개혁개방을 시작하던 40년 전, 1978년의 중국 자동차 산업은 보잘 것 없었지만,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소형차 개발에 실패해 자동차 패권을 일본에 내준 미국과 자동차생산에 뒤늦게 뛰어들어 엔진차로는 도저히 선두권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모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올인하고 있다.
'빅 2' 경쟁 속에 올해 전기차 시장은 상용화 10년만에 하이브리드자동차 판매를 추월하는 첫해가 될 것이다. 한국이 수소경제에 자원을 우선 배분하기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 경쟁력을 신속하게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전기차는 아직 충전기와 네트워크 관리 측면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

10년전 일본 아치치현에 있는 토요타 노조를 취재했다. 토요타 노조 관계자들은 "사측이 흑자를 냈을 때도 한국차가 쫓아오고 있지 않느냐"며 임금 동결을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며칠 전 만난 일본 자동차 전문가는 "이제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한국차 얘기는 아예 안 나온다. 관심밖"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한국차는 세계 경쟁의 최전선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갈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 업계의 '메가 합종연횡'이 절박하다.

자동차산업의 향방은 제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전후방 연관 효과 또한 매우 크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살길을 마련하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예진수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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