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칼럼] 금융경쟁력, IT인재에 달렸다

메뉴열기 검색열기

[정유신 칼럼] 금융경쟁력, IT인재에 달렸다

   
입력 2019-03-06 18:12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핀테크(금융+IT)가 미래금융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금융권의 IT인재 확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은행 등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면서 IT인력확보에 나서고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회사들과는 온도차가 여전한 것 같다.


세계금융의 본산지인 미국 맨해튼은 어떤가. 한마디로 '4차산업혁명에서의 경쟁력은 IT디지털 인재의 양과 질'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IT인재 확보가 금융회사들의 최고 급선무가 되고 있다. 대표 은행 중 하나인 제이피모건체이스의 2017년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종업원 25만명의 20%인 5만명이 IT인력이고, 그 5만명 중 60%(3만명)가 IT개발 엔지니어라고 한다. 세계 넘버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15년 CEO였던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골드만삭스는 더 이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IT회사'라고 선언했다. 무려 40% 이상이 IT인력, 25%가 IT개발 엔지니어이다. 특히 개발업무에 중요한 소위 STEM(과학, 테크놀로지, 공학, 수학) 전공이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IT인재에 열을 올릴까. 첫째, 시간과 공간 제약 없는 손안의 모바일·디지털시대엔 고객에게 더 싸고 빠르고 편리하게 보다 많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하고, 그러려면 자기회사 외의 다양한 사이트와 도메인 연결도 효율적으로 연결시켜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만큼 고도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술력이 필요하단 얘기다. 둘째,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업체들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4차산업혁명시대엔 IT업체들의 금융권 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에 관심 있는 IT인재 입장에선 보수적 이미지의 금융회사보다 핀테크 또는 금융권에 진출하는 IT업체를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사 컨설팅사인 유니버섬(Universum)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컴퓨터공학 전공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기기업은 대부분 대형IT기업으로 금융은 30위 안에 없다고 한다.

그럼 IT인재 확보엔 어떤 방법들을 쓰고 있나. 전문가들은 첫째, 인재 획득을 위한 기업매수를 꼽는다. 미국에선 매수와 고용을 합친 뜻으로 어콰이어(acqui-hire)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회사의 비즈니스가 목적이 아니라 혁신적 아이디어 또는 기술을 가진 창업자나 엔지니어 고용이 목적이란 얘기다. 동종업계는 물론 IT와 같은 이종업종과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나온 방법으로 풀이된다. 2014년 구글의 네스트(Nest) 인수(32억 달러)가 대표 사례다. 둘째, 플랫폼을 이용한 IT인재 채용이다. 이는 응모자가 플랫폼 상에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모집기업과 연결되도록 돼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기업은 응모자의 프로그래밍 스킬을 보고 기업니즈를 만족시키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해커랭크(HackerRank)란 플랫폼회사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셋째는 개도국에서의 인재채용이다. 이는 대상지역을 해외로 넓혀서 IT인재를 구하는 것이다. 국내 인력시장에선 과열경쟁이기 때문에 소위 가성비면에서 채산에 맞지도 않고, 때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뺏기기도 한다. 반면, 개도국 인재는 IT능력은 뛰어나면서 단기간 내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될 위험도 적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미국의 일부 IT기업은 아프리카 인재를 채용한다. 예컨대 IBM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수업을 주로 하는 빅 데이터대학을 설립하고, 나이지리아의 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있다.

끝으로 비영리단체(NPO)의 IT트레이닝 프로그램도 활용된다. 보통 개인사정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IT인재를 채용하는 방법으로, 2000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단체 이어업(Year Up)이 대표적이다. 주로 대형 금융회사들에 IT인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18~24세의 저소득층 청년을 대상으로 직업훈련과 캐리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최근 은행뿐 아니라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반이 IT인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전체인력 대비 IT인력은 5~6%로 글로벌 은행권의 20~30%보다 큰 갭이 있고, 골드만삭스처럼 회사의 명운을 거는 회사는 아직 나오지 않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시대엔 IT 디지털과의 융합이 필수라면 보다 과감한 IT인재확보 및 육성에 노력할 때란 생각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