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점점 심해지는 상황 속
노르웨이 등 내연車 판매 금지도
잠재력 큰 유럽 친환경차 잡으려
현대차도 현지생산 전략적 '한수'
현대차, 유럽서 친환경차 생산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이번 유럽시장에서의 첫 '친환경차' 생산 추진 방침은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자동차 환경규제 강화에 가장 속도를 내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완성차 업체에 까다로운 시험 방식을 내놓는 것은 물론,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아예 내연기관차 판매 중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 업체들로선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백기를 들고 '탈(脫) 내연기관'을 외치는 자동차 업체가 하나 둘 늘고 있다. 이번 현대차의 결정도 여기에 동참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유럽에서 작년 9월부터 시행 중인 세계 표준 자동차 배기가스 시험 방식(WLTP)은 '자기반성' 차원의 성격이 짙다. 2015년 독일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배출가스조작 사태인 이른바 '디젤게이트' 이후 나온 대응책이다. UN 유럽경제위원회 산하 자동차법규표준화기구가 세계 연비표준 통일을 위해 만든 세계 연비 측정 표준 방식이다. 기존 배출가스 인증이 실험실 안에서 약식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오염물질 적합성 여부를 판정받아야 한다. 인증 절차도 복잡해졌고 한 건을 처리하는 데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증 지연은 불가피하다.
WLTP의 시행은 이미 예고됐지만, 후폭풍이 거셌다. 당장 유럽에서 수입하는 브랜드들은 유럽에서 WLTP를 통과하지 못해 현지 출고에 애를 먹었다. 이는 곧 세계 시장으로 확산했다. 국내에서 역시 작년 9월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이 1943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벤츠의 월 판매량이 2000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신차와 기존 차량의 WLTP 인증 지연으로 인한 물량 공백의 영향이 컸다.
자동차 업체로서는 유럽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현대차그룹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9249만대로 전년보다 0.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유럽은 1780만대로, 19.25%를 차지해 중국(2320만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자동차 업체는 탈내연기관이라는 '초강수'를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볼보가 포문을 열었다. 오는 2021년까지 모두 5종의 순수전기차를 출시하고 당장 올해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도요타도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더는 생산하지 않고 전 차종에 전기 구동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에서는 창안자동차가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베이징자동차는 2020년 베이징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내연기관차를 팔지 않기로 했다. 폭스바겐 역시 오는 2040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유럽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자동차 업계의 잇따른 탈내연기관 선언은 '고육책'이나 다름없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경유는 물론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영국은 2040년부터 화석연료 차량은 전기모터를 겸용하는 하이브리드차도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프랑스도 파리 올림픽이 개최하는 2024년까지 모든 경유차 운행을 금지하고, 2040년부터는 프랑스 전역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도록 규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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