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DT현장] 헛도는 중기특화증권사](http://contents.dt.co.kr/images/201903/2019031202102269049001[1].jpg?var=1858 "[DT현장] 헛도는 중기특화증권사")
다음 달 출범 1년을 앞둔 2기 중소기업특화증권사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기대가 컸지만 1기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고 했다. 되레 역신장도 하는 상황에서 매일 살아남을 방법을 골몰한다고 했다.
2016년 4월 금융당국은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숨통을 열어주겠다며 중기특화증권사 제도를 도입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모험자본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화·전문증권사 출현과 활성화에 목이 마르던 터였다. 목표로 삼은 건 미국 부티크다. '작지만 강한 부티크'를 표방했다. 초대형 IB는 자본력에, 중기특화증권사는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와는 달리 대형 투자은행(IB)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부티크가 활동하는 미국의 사업모델을 본땄다. 당시 증권사 사장단의 미국 중소 IB 탐방이 줄을 이었던 이유다.
중소기업의 코넥스 상장, 신용보증기금 채권담보부채권(P-CBO) 발행 등에서의 혜택을 담았다.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운영자금 조달 시 한도와 금리 우대는 덤이다. 실무자 간담회도 수차례 가졌다. 나아지지 않는 중소형 증권사의 살림을 돕겠다는 금융당국 약속에 업계는 기대와 지지를 보냈다. 효력 2년 짜리 중기특화증권사 타이틀을 노린 13개 증권사가 각축을 벌였고 최종 6개사가 선정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했던가. 1기 활동무대는 유명무실해진 채 막을 내렸다. 희망에 부풀었던 선정 당시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면서다.
2기는 달라야 했다. 금융당국은 쓴 비판도 달게 받았다. 실효성에 집중했고, 없던 혜택을 추가해 2기 중기특화증권사에 힘을 실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외 증권사가 대출을 하는 경우 순자본비율(NCR) 산정시 대출채권전액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했지만 중기특화증권사는 예외로 해줬다. 중소·벤처기업에 대출하는 경우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지 않고 차주의 신용도에 따른 가중치를 반영해 총위험액에 가산하는 식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2기로 선정된 유안타·유진·코리아에셋·키움·IBK·SK증권 등 6개 중기특화증권사의 지난 1년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해 유진·유안타·SK증권 등의 기업공개(IPO) 주관 건수는 각 2건 등에 그쳤다. 그나마 체면을 세운 곳은 4건의 IPO를 성사시킨 IBK증권이다. 전부 합쳐도 대신증권·한국투자증권(각 14건), 미래에셋대우(13건), NH투자증권(11건) 등 대형사 한 곳 건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중크라우드펀딩 실적 역시 크라우드펀딩 전문업체에 밀린지 오래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유인할 요인이 적었고 각종 규제로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전히 역할 제한에 성취감이 덜하다고 중기특화증권사들은 말한다. 진전된 면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제값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1년 전 당근을 들고 업계 마음을 울리던 금융당국에 대한 실망감은 커졌다. 중기특화증권사를 잊은 건 아닌지 금융당국이 야속하기만 하다.
월가 같은 금융도시에서 소형 IB인 부티크가 안착해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IB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고객 수가 적다는 점이다. 딜이 있을 때만 고객을 만나는 대형 IB와 달리 부티크는 평소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이게 곧 딜로 이어지는 확률을 높인 결과다. 당국 원망만 하는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 대형사와 실적 격차는 더 벌어질 뿐이다. 시장 안착을 위한 차별화 전략, 역량 강화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이미 동력이 상실한 만큼 큰 기대를 걸지 않는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금융당국의 관심은 필수다. 1기 당시 반환점을 돌던 2년차 중간점검 후 혁신속도에 경고성 시그널과 동시 당근을 줬던 만큼 조만간 보강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2기 역시 헛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기특화증권사가 실제 중기 모험자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수요기반을 마련해주지 않고는 성장판은 닫히기 마련이다. 남은 1년이다.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초심을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또 다시 별 볼일 없는 2기로 남아서야 되겠나.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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