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초록물고기` 이후 최고 작품… 제 전부를 걸고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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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초록물고기` 이후 최고 작품… 제 전부를 걸고 연기했어요"

성진희 기자   geenie623@
입력 2019-03-13 18:17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
위기맞은 정치인과 진실 쫓는 아버지 이야기
"마지막 촬영 끝내자 몸무게 5㎏이나 빠져
완성도 높은 이수진 감독 영화 신뢰해
앞으로도 도전적인 한국영화 많아졌으면"


영화 '우상'의 배우 한석규 CGV아트하우스 제공




'우상' 도의원 구명회 役 한석규

자타공인 명배우 한석규를 인터뷰로 처음 만났다. 취재진에 주어진 일정은 단 하루, 그것도 고작 한 타임에 50여 분이란 짧은 순간에 '한석규'를 알기엔 벅찼다. 라운드 인터뷰 자리라, 그를 둘러싼 취재진도 많았다. 질문 하나라도 건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으로 시작한 그와의 인터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성(感性) 최고였다."

3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에서 배우 한석규는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로 열연했다. "작년 내내 찍었다. 신인감독에 대한 선입견이 없던 나, '한공주'를 보고 이수진 감독에게 흠뻑 빠졌기에, 시나리오를 건네 받은 당일 단숨에 읽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작업이겠구나 생각했다.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을 정도로 치밀한 대사로 가득했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1997) 이후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본 '우상'은 난해했다. 배우 입장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관객에게 설득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극장에 온 관객에게 준비된 시나리오를 한 부씩 나눠주고 '우상'을 감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지만, 시나리오만 봐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니까.(웃음) 연극은 희곡집이 나오는데, 영화는 시나리오가 출판되는 게 현실상 어렵다. 그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좋은 제작사를 만나 순조롭게 촬영에 돌입했다고 말한 '우상'의 한석규는 "제 전부를 걸고 연기에 임했다"라며 "마지막 촬영을 끝낼 무렵 숨을 깊게 내쉬며 '아, 끝났다!'고 했다. 몸무게가 5㎏나 빠졌다"고 허허 웃었다.

한석규는 잠시 건강이 안 좋았던 40대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감이 없어졌다. 내가 왜 이걸(연기) 하나 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50대 한석규가 되니 그래도 내가 이 일을 가장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16살 때, 윤복희 선생님의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를 보고 온 몸에 전율이 왔다. 그 무대에서의 반응, 즉 리액션이 지금의 배우 한석규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석규는 이어 "'우상'에서도 캐릭터가 끊임없이 반응한다"고 생각했단다. "구명회는 첫 장면부터 비겁한 놈이었다. 속된 말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병 맛 같은 행동을 한다.(웃음)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멈춤이 없었다. 가짜를 통해 진짜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아들의 교통사고 은폐로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은 구명회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왜곡한다.


한석규가 유중식(설경구)을, 설경구가 구명회(한석규)를 연기한다고 해서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은 쉽게 갖기가 어려웠다. 왜? 충분히 소화 가능한 배우들이니까. "한 사람(배우)을 두고 오래 보는 관객이라면, 저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연기자 뿐만 아니라, 정치인, 스포츠선수, 음악가 등도 마찬가지"라며 "25년 된 한석규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었다. 그게 바로 비겁한 구명회"라고.

그는 함께 출연한 설경구, 천우희에게 배우로서 후배들을 존경한다고도 했다. "특히, 천우희다. 밑천 다 드러나는 캐릭터라, 촬영하는 동안 마음이 쓰였다. 경구에게도 함께 해서 고맙고…." 이어 "'우상'을 통해 새로운 한국영화를 스스로 발견하게 됐다. 한때 국내에도 영화전문잡지 '키노(KINO)'가 발간 됐었는데, 거기서 본 '뉴 코리언 시네마'란 단어가 문득 생각난다. '은행나무침대'(1996)로 투자란 걸 알게 됐고, 2년 뒤 단관으로 운영중인 영화관들이 멀티플렉스가 됐다. 그 당시 새로운 한국영화를 함께 한 동료들이 많이 생겨 났다. '우상'을 보면서 이수진이란 감독을 재발견했고, 그가 가진 마인드나 창작관이 절 사로잡았듯이, 앞으로도 이렇게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NEW 한국영화'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배우 한석규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한국영화가 위기라서 이런 말을 했다?(웃음)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찍은 고(故) 유영길 촬영감독이 (허진호와 같은) 신인감독들을 독려 안했으면 그 영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살아 생전 유 감독(당시 63세)이 그러시더라. '내가 이제야 빛(LIGHT)을 알 거 같아. 내 카메라 안에 연기자를 어떻게 하면 잘 담아낼 수 있을까.'"

배우 한석규가 연기한 영화 '우상'은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으로,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의 비밀을 거머쥔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성진희기자 geenie62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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