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초신뢰 사회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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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초신뢰 사회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입력 2019-03-13 18:17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어떤 음식을 먹을까, 메뉴판에서 무슨 요리를 주문할까, 몇 번씩은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선택을 포기하고 "알아서 잘해주세요" 라면서 주방장한테 포괄적으로 권한을 위임하여 조리해주는 대로 식사하기도 한다. 일본어로 타인에게 맡긴다는 뜻인 '오마카세'를 초밥집의 셰프가 요리하는 서비스로 부르고 있지만, 요즘엔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일임한다는 의미의 경제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음식에서 의상, 인테리어, 여행 등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제공하는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신뢰 이상의 강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초신뢰 사회를 조성하려는 인간행동의 기본철학이 경제와 문화로 스며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권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훨씬 다양해진 대안들로 인한 선택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초신뢰' 기반의 시스템에 의지하여 보다 효과적인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오마카세 초밥의 보상은 맛과 만족이고, 신뢰에 대한 보상은 효용이고 편익이다. 일찍이 생명을 다루는 의료와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에 아픈 몸과 귀한 돈을 맡겨 왔듯이, 이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지식, 직업윤리가 더욱 고도화되어 음식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사람과의 관계를 넘어 기계와 사물이 모두 연결되므로 어떻게 초신뢰를 구현할 것인지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알려진 정보와 지식을 통해 최선을 선택한다는 가정으로 논리를 전개시켜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은 감성적이고 착각이나 실수를 범한다. 때로는 최선과 최악이 아닌 차선과 차악을 선택하여 합리적이지 못한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를 연구한 프린스턴 대학의 카너먼 교수는 불확실성 속에서의 상황판단 및 의사결정 등의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심리학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그를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부른다. 이 행동경제학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위에 대한 보상이 그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초신뢰 시스템 구축에 응용되고 있다.



인류는 안정적인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법제도를 만들기 전부터 최고의 미덕으로 신뢰를 꼽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뢰는 혈연, 의리, 성향, 문화, 종교 등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은 항상 합리적일 수 없고 악의적인 행위가 발생할 수 있어 신뢰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무임승차나 크림스키밍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최선을 고집하다가 시스템을 멈추게 하는 최악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하여 능동적인 선한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와 기대수익을 제공함으로써 자율적으로 신뢰가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초신뢰의 수준과 효과를 반영해야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궁극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즉 P2P 기반의 분산 경제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기계와 장치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보다, 주체는 사람과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면서 어떻게 공리주의를 실현할지가 숙제로 대두된다. 장인, 전문가, 집단지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또한 일부 오류와 배반이 있더라도 선의의 메인 시스템은 끊김없이 작동하는 솔루션이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부신뢰도는 개선되고 있지만 2018년 기준 OECD 34개 국가중 25위로 아직도 매우 낮다. 행복지수는 156개 국가중 57위이다. 행복경제학의 창시자인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헬리웰 교수는 "신뢰가 행복사회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ICT 강국 대한민국이 초신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곧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공공분야에 도입하는 정책은 초신뢰 사회를 향한 행복한 세상의 여정이다. 따라서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하고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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