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羅대표 발언이 그리 난리 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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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羅대표 발언이 그리 난리 칠 일인가

   
입력 2019-03-17 18:04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을 하면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심지어 여당에서는 나경원 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회에서 여야의 공방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윤리위 제소 또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선거제도 문제로 살얼음판 위의 대립을 계속하던 여야가 나경원 대표의 발언으로 또 다른 경색 국면을 맞게 된 것은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그 발언이 정말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일까.

나경원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운동권 외교가 이제 우리 외교를 반미·반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면서 국회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가원수모독죄를 거론했고 청와대에서도 사과 요구가 나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여당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 둘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을 나경원 대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듣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는 점, 셋째, 나경원 대표의 발언에 대한 여당 및 청와대의 반응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침묵하다가 대통령이 거론되자 격하게 반응했을까. 대통령과 여당은 하나라는 인식이 강한 탓인가, 아니면 여당은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탓인가. 어느 쪽이건 민주 정당 본연의 태도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정책을 주장할 때,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이에 반대해서 정책을 변경하게 만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미국식 대통령제가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로 여당과 대통령의 과도한 밀착관계를 들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우리 정당의 한계를 재확인시킨 셈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은 이미 작년 9월 블룸버그 통신에서 나왔고, 이후 여러 차례 비슷한 표현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침묵하다가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여당 의원들이 그러한 외신보도를 몰랐다면 그것대로 문제고, 알고도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라면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국회의원에게는 면책특권이 인정되고 있다. 헌법 제45조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경원 대표의 발언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해당하지 않는가?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기관이자 국정통제기관인 국회에서 정부의 정책이나 대통령의 활동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이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물론 면책특권이 국회 밖에서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며, 청와대의 사과 요구가 면책특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여당에서 국가원수모독죄를 들고나온 것은 과연 면책특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정치적 제스쳐로 봐야 할까.

더욱이 국가원수모독죄는 이미 폐지된 지 오래이고, 과거 야당 시절에 민주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 '2MB' 등으로 비아냥거린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야당은 대통령을 당연히 비판해야 하고, 여당은 무조건 대통령을 옹호해야 하는 것인가.

정권교체에 의해 여야가 바뀌면서 말이 바뀌고,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국민들이 무수히 목도했다. 그런데 이번 나경원 대표의 발언에 대한 여당의 반응을 보면, 말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바뀌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개구리가 올챙이적 시절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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