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세에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통 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에 3억 달러(약 3384억원)를 투자하며 역대 외부 기업 투자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까지 최고 액수는 작년 그랩에 투자한 2억7500만 달러(3120억원)였다.
현대·기아차는 '올라'와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 모빌리티(이동성) 시장에서 상호 다각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올라는 2011년 설립해 현재 인도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지 최대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다. 세계 12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등록 차량만 130만대에 달한다. 설립 이래 차량 호출 서비스는 누적 10억 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2억4000만 달러(2707억원), 6000만 달러(677억원) 등 모두 3억 달러(3384억원)를 투자한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작년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기업 그랩에 투자한 금액(2억7500만 달러)을 넘어서는 것으로 단번에 역대 외부 기업 투자 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투자 직전인 지난 2월 말 현대차 양재 사옥에서 바비쉬 아가르왈 올라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인도 모빌리티 1위 업체인 올라와의 협력으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 노력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새롭고 더 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비쉬 아가르왈 CEO는 "현대와의 협력으로 인도 10억 인구를 위한 혁신과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구축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고객들께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들을 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로 현대·기아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공유경제 생태계에서 판도를 선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인도 내 차량 메이커 중 최초로 플릿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차량 개발·판매→플릿 관리→모빌리티 서비스'에 이르는 공유경제 가치사슬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이는 작년 9월 정 수석부회장이 인도에서 공개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고강도 혁신 전략의 일환이다. 올라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과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을 신중히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현대·기아차 측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올라에 투자한 업체 중 자동차 업체로는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작년 55만대를 판매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으며, 기아차도 올 하반기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인도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기아차를 경험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현대·기아차와 올라는 △플릿 솔루션 사업 개발 △인도 특화 EV(전기차) 생태계 구축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 등 3대 분야에서 상호 맞손 전략을 펼치게 된다.김양혁기자 mj@dt.co.kr
현대·기아자동차가 19일 인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Ola)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억 달러(약 3384억원) 투자를 결정하고, 인도 모빌리티(이동성) 시장에서 상호 다각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바비쉬 아가르왈 올라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2월 말 현대차 양재 사옥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