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투입? 현장선 못느낍니더… 규제부터 확 풀어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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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투입? 현장선 못느낍니더… 규제부터 확 풀어주이소"

이호승 기자   yos547@
입력 2019-03-20 18:05

임진태 경남 소상공인연합회장 지적
"외국은 야경투어·도깨비쇼핑한다는데
우리지역 어시장은 밤에 문닫는 실정"
자영업 10곳 중 7곳 매출 지속 감소
10년 장사해 한해 쥐는돈 2400만원
소상공인 위기 어제 오늘 문제 아냐
컨트롤타워·예산·상인 스스로의 노력
3박자 갖추면 골목 르네상스 찾아올것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전년대비 매출 감소업체 70.9%', '전년대비 영업이익 감소 업체 72.1%', '부채가 있는 비중 44.4%, 평균 부채 1억2250만원',

지난 2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공식 수치다. 2017년 말 현재 우리나라 소상인의 현주소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연 평균 영업이익은 3225만원, 중앙값은 2400만원이었다. 중앙값이 평균보다 많이 낮다는 것은 평균이상보다 평균이하의 군집수가 높다는 의미다.

조사 표본수는 전국 17개 시도의 9546곳, 이들의 실제 연 평균 영업이익은 1200만원~2400만원 사이가 28.0%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2400만~3600만원(20.1%),1200만원 미만(18.6%) 등의 순이었다.

정말 입 딱 벌어지는 현실이다. 정말 '무엇 때문에 그 고생을 하나' 싶다.

딱딱한 수치로 기사를 시작한 이유가 있다. 몇몇 수치는 지난 2월 공개 당시 몇몇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수치 조사의 남다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는 못했다.

수치가 보여주는 현실이 쇼킹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놀라운 것은 이런 현실이 정교한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현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조사를 해놓고도 발표를 못하기도 했다. 지난 2015~2017년간의 조사는 결과의 신뢰성이 문제돼 공표되지 못했다. 지난 2107년 12월에는 국가 승인 통계에서 소상공인 통계 자체가 아예 빠지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의 문제를 보완한 새로운 시도였다. 지난 3월 4일부터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타임스 취재팀은 이 보고서를 우리나라 골목상권의 현실, 소상공의 현실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전문가들과 함께 다시 살폈다. 다양한 기초자료를 살피고 현실과 비교하던 과정의 하나였다.

보고서 조사 당시 소상공인의 평균 영업기간은 10.6년이었다. 그렇게 공을 들여 버는 평균 수익이 3225만 원이었다. 간단히 대기업 대졸초임에 불과한 수준이다. 2019년 대기업 대졸 초임은 3576만원, 중견기업은 3377만원, 중소기업은 2747만원이다.

더욱 문제는 기사 첫 문장에 나오는 그대로다. '전년대비 매출 감소업체 70.9%', '전년대비 영업이익 감소 업체 72.1%', 소상공인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의 매출은 매년 줄어든다는 의미다. 장사를 할수록 손해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

대기업이 빠지면서 골목상권이 몰락한 전라북도 군산 지역, 젠트리피케이션에 쫓겨 내몰려 몰락한 서울 경리단길 상권을 취재하면서 쏟아진 상인들의 불만이었다. 보고서의 수치들은 왜 그런 불만이 나왔는지 잘 대변한다.

혹자는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등 정책 탓만 한다. 하지만 보고서가 보여주듯 우리나라 소상공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최근 문제들은 모두 '설상가상'(雪上加霜)의 '가상'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정부도 우리 경제·사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 몰락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발표한 '자영업성장·혁신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까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18조원 규모의 전용 상품권을 발행한다. 또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구도심 상권30곳의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테마공간과 쇼핑, 커뮤니티, 청년창업을 위한 복합공간을 조성해 자생력을 갖춘 지역 상권을 살릴 계획이다.

올해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 예산도 5370억 원으로 증액했다.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도 100%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조치로 과연 지역 상권 몰락의 문제가 해결될까? 전문가들은 정부 조치를 반기면서 이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제 대표적인 사례가 경상남도다. 골목상권, 풀뿌리상권은 정부 문제 이전에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다. 경상남도는 지역 상권 살리기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지자체의 하나로 유명하다. 경상남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총 1100억원이 융자됐다. 협업화지원에는 1억 5000만원, 성공사다리사업 등에는 도비 6000만원을 투입했다.

그 성과는 역시 지역 상인들이 가장 잘 안다. 임진태 경상남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경남도에서 올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도에서 소상공인정책과도 신설할 정도로 활성화 의지가 높다"고 평하면서도 "마산시 오동동의 경우 800억이 투입됐지만 상권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그 문제에 대해 "해외의 경우 야경투어, 포토존 설치, 도깨비 쇼핑 등 상권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지역 어시장의 경우 저녁이 되면 모두 문을 닫는 실정이지 않나?"라며 전체적인 정책과 규제 등을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상남도 뿐이 아니다. 적지 않은 곳에서 지자체의 행정 의지는 높이 사면서도 실제 성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는다.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풀뿌리상권의 몰락의 원인이 다양하고 그 처방 역시 복잡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3가지 요소를 꼽는다. 첫째가 행정의 중심축이다. 한 지방, 지역의 상권은 그 지역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상권을 살리는 문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둘째가 합당한 예산이다. 지자체의 예산만으로 모자라는 경우가 많아 중앙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이 지역 상인 스스로의 노력이다.

풀뿌리상권 자문위원인 동아대학교 오동윤교수(경제학·사진)는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사업이 무려 1300개나 된다. 보여주기식 예산 지원과 성급한 성과 재촉이 문제"라며 "소상공인 지원의 결과물로서 제대로 된 성과 지표를 만드는 것은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하면서 서울 경리단길, 이제 그 이름이 '임대문의'가 된 옛 카페 먼지 쌓인 빈 테이블이 우리 골목상권의 초상화로 남았다. 우리 사회 자체가 자칫 이런 먼지 속의 초상화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오 교수는 "예산지원만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과 시각이 있어야 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와 관심있는 정책과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글 싣는 순서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중)정책-현장, 괴리부터 없애자

정부·지자체 노력… 그리고 한계

(하)선진 외국서 배운다 (일본르포)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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