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지진재발 방지대책 제안
정부 "상용화기술개발 영구중단"
신재생에너지 정책전환 불가피
일부선 허술한 부지 선정 제기
연합뉴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건설에 따른 촉발지진 이었다는 정부조사단 발표로, 앞으로 지열발전을 위한 상용화 기술개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도 일대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열발전의 경우, 이번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사실상 '퇴출 에너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부조사연구단이 향후 포항지진의 영향으로 숨어있는 단층 어딘가에 변화가 생겨 향후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경고한 만큼, 지진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보다 면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발생했다는 조사단 발표가 나오자, 즉각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을 영구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열발전소 건설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 복구하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열발전은 수 ㎞ 지하에 구멍을 뚫고 물을 넣어 지열로 데운 뒤, 다른 구멍으로 배출된 수증기를 터빈으로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지하에 땅을 깊게 파고 구멍을 뚫어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로 생기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포항지진 역시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면서 단층이 가진 응력의 임계치를 넘어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은 2010년부터 산업부의 지원을 받아 '㎿(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으로 진행됐다.
사업 수행기관인 넥스지오 컨소시엄은 2010년 12월 연구를 시작해 이듬해인 2011년 포항시와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부지 확보, 인허가, 용수확보 등 행정적 지원을 받아 2012년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이후 2017년 11월에 포항지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사업이 중단되고 있다.
일부에선 당초 부지 선정이 허술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지열발전에 유리한 지역은 단층활동이 활발한 지진 빈도가 많은 곳으로, 정밀한 부지조사를 통해 부지가 선정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듯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과정과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질학회 관계자는 "지열발전 상용화는 한국에서 처음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지열발전 건설에 따른) 위험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 포항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포항지진 이후 땅 속 단층에 상당한 위험요소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지가 앞으로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단은 포항지진 관련 논문이나 토론회를 통해 정부에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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