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20일 개봉
"마지막 촬영 끝냈을 때 공황장애도
꼭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버텨
이수진 감독 특유의 연출법 많이 배워
내면이 더 아름다운 배우 되고 싶어"
'우상' 주인공 최련화役 천우희
"시나리오가 술술 읽히지는 않았어요. 숨어 있는 단서가 많았거든요. 하나하나 꼼꼼하게 놓치지 않고 잘 봤어요."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의 배우 천우희(사진)를 만났다. '한공주'의 인연으로 이수진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이 이토록 어려웠을까. "감독님이 절 또 시험에 들게 하나 싶었죠.(웃음) 캐스팅이 돌고 돌아 결국 부메랑처럼 제게 다시 온 거예요. 먼저 작품에 승선한 설경구 선배님이 제게 '해달라'고 했어요. 결국, 두 배우(한석규 설경구)가 가진 힘이 절 이끌게 만들었죠."
천우희를 바라 본 이수진 감독 또한, 전작(영화 곡성)의 이미지가 강해 선뜻 망설였다고 했다. "그 이미지가 강해 주저하신 거예요, 하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제 온 몸을 청테이프로 감는 장면입니다. 감독님 성향상 절대 대역을 쓰거나 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 때문에 '이 작품 결코 쉽지 않겠구나' 싶은 각오로 촬영에 임했습니다"라고 배우 천우희는 말했다.
'우상'을 하게 되면서 이 감독에게 "어때요, 저 잘 컸죠?"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절 발견해 준 '한공주'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고요, 마지막 촬영 때 공황장애까지 올 정도였고.. 배우로서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그 책임감 하나로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제가 바로 영화 속 '우상'입니다, 하하!"라고 스스로에게 특급 칭찬을 해줬다.
천우희는 스스로를 쉽게 지치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했다. "혼자 집에 있는 일상이 더 버겁고 힘들었어요. '곡성' 때도 집요한 감독님(나홍진)을 만나 절 그토록 괴롭히시더니…. 우상의 '련화'란 역할에서 벗어나는 데 한참이 걸렸죠. 6개월간 촬영했지만, 작년 내내 다른 작품에 눈을 돌릴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몰입했어요. 그 덕분에 밉기도 하지만, 좋은 작품이 나온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웃음)"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하면서 '우상'처럼 역할 때문에 혼자 울어 본 적이 처음이었다고 말한 천우희다. "련화란 이름만 들어도 울컥했어요. 그걸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차기작을 코믹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병헌 감독)을 선택한 이유"란다. 그는 또, '우상'을 촬영하면서 배우가 인내하면서 그 감정들이 수면 위에 올라오지 않는 감정들을 선호하는 이수진 감독 특유의 연출법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설경구 선배님도 감정 표현이 많으신 분이잖아요. 여러 번 찍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거의 다 쓰지 않았죠.(웃음) 원하시는 부분이 명확했어요"라고.
천우희는 배우 한석규에게 현장에서 늘 소리 없는 응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대기할 때,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았습니다. 주로 연기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제가 느끼는 것에 매우 솔직하게 답변을 해주시죠. '우희야, 네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 네가 가진 불씨를 잘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활활 타거나 미약해서도 안된다. 그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등등요."
'우상'은 지난 2월 열린 제7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은 바 있다. "해외 영화제를 가보니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그걸 또 하려고 하니 스스로 압박감이 생기는 거 있죠?(웃음) 해외 진출도 지금은 아닌 거 같아요. 단역부터 차근히 잘 밟아온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 천우희가 할 게 너무나 많거든요. '우상'을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컸어요.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배우 천우희는 연기 욕심이 엄청 많다고 했다. "어느 날, 제 절친이 TV에서 화려하게 꾸민 여배우들을 보고 부럽다고 했어요. 그걸 함께 공유하면서 '나도 저렇게 꾸밀 걸, 저렇게 아름답고 예쁜 모습으로 보여줄 걸이란 생각이 마구마구 들거든요, 하하! 하지만 전 내면이 더 아름다운 그런 배우가 될래요."
천우희가 주연한 영화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의 비밀을 거머쥔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3월 20일 개봉.
성진희기자 geenie62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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