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안 쓰고 원가경쟁력 향상
"진짜 실력" 이재용 자신감 입증
재고떨이 없이 초격차 유지전략
삼성, 3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급(1z) D램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말했던 "진짜 실력"을 초격차 미세공정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최근 D램 가격 급락으로 마이크론이 감산을 결정하는 등 어려운 업황에도 삼성전자가 기술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개발은 대당 수천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EUV(극자외선노광장치) 장비를 쓰지 않고도 기존 2세대 10나노급(1y) D램 보다 생산성을 20% 이상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EUV 없이 3세대 10나노 구현…원가 경쟁력 20%↑=반도체의 경우 회로 선폭을 좁게 만들수록 고성능의 반도체를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다. 하지만 간섭 현상이 발생하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미세공정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D램의 경우 복잡한 구조 때문에 과거에는 10나노 이하 공정으로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이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가 EUV였는데, 워낙 기계 단가가 높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EUV를 쓰지 않고 1z 나노의 공정을 구현했다. 그런만큼 앞으로 EUV를 도입하면 다음 미세공정으로 또 한번 '초격차'를 보여줄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40~30나노 공정 진입 당시에도 더 이상 미세공정을 진화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기술로 극복해 왔다"며 "반도체 업계 1위의 비결은 원가경쟁력과 성능 등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용의 자신감은 '기술 초격차'…프리미엄 비중 확대=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자신감 역시 이 같은 초격차 기술력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반도체 경기에 대한 질문에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에는 성능과 용량을 동시에 높인 차세대 D램(DDR5, LPDDR5 등)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는 등 최첨단 공정 기반 프리미엄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램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증가와 가격 내림세에도 감산보다 미세공정 강화를 택한 배경이 이 같은 가격 경쟁력과 장기적인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3분기 정점을 찍었던 D램 가격은 6달 만에 40% 급락했다.
◇재고 압박에도 "감산은 없다"…하반기 이후 회복 기대=이 같은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 부담은 늘고 있다. 실제로 경쟁사인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웨이퍼 투입량을 5% 가량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에어브릴 우(Avril Wu) 수석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체의 창고엔 6~8주 정도의 재고 물량이 쌓여 있다"며 "D램의 경우 서버 업체들의 재고가 쌓여있어 올 3분기까지는 재고 소진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의 하향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재고 압박을 줄이기 위한 소위 '떨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신 평택 최신 D램 라인에서 10나노대 주력 제품의 생산 비중을 계속 늘리면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세는 2분기부터 점차 둔화하고 3분기에는 서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작년과 같은 초호황은 아니어도 2020년 이후에는 다시 고공행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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