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 임원 채용 개입 정황
추천 인사 탈락하자 강한 질책
환경부는 경위서 작성해 보고
주말 신미숙 비서관 소환 계획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하고 청와대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인사수석실 산하 균형인사비서관실의 전·현직 행정관들을 소환 조사한 검찰은 조만간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을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의 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된 직후 당시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청와대를 찾아가 청와대 낙점 인사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경위 등을 신 비서관에게 해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차관 외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이모 전 정책보좌관도 청와대 인사균형비서관실에 가서 비슷한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비서관은 이미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자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가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임명돼 3년째 비경제부처 인사 업무를 맡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검찰 조사를 받은 복수의 환경부 전·현직 관계자를 인용해 "신 비서관은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청와대가 추천한 전직 언론사 간부 박모씨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환경부 관계자들을 질책하며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박씨의 탈락 이유를 담은 경위서를 작성해 신 비서관에게 보고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은 그 뒤 경질됐다.
특히 신문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이모씨도 박씨의 탈락 이후 청와대를 방문해 신 비서관과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검찰은 신 비서관이 박씨의 탈락에 대해 환경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뒤 면접 전형까지 진행됐던 환경공단 이사장·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환경부 황모 국장은 지난해 7월말 갑자기 "면접 합격자들 중 적격자가 없다"며 이사장과 상임감사 재공모를 통보했다. 당시 위원이었던 사립대 교수는 "통보만 받고 그 이유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환경공단 이사장에는 참여정부 비서관 출신인 장준영씨가, 상임감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 출신인 유성찬씨가 임명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한 현재 환경부 산하기관에 임명된 10여명의 여당과 캠프 출신 임원들도 두 사람과 비슷한 특혜를 받고 합격한 정황을 포착해 신 비서관의 개입 여부를 살펴보는 중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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