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오픈마인드`가 藥인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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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오픈마인드`가 藥인 강박증

   
입력 2019-03-21 17:46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1997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로맨스 코메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강박증을 다룬 영화로도 유명하다. 작가인 유달(잭 니콜슨)은 결벽증과 편집증에 시달리는 독설가다. 거리의 보도 블록 선을 밟지않고 걸으며 늘 같은 식당, 같은 자리에서 늘 같은 음식을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숟가락으로 먹는다. 그러나 그토록 자신이 싫어했던 이웃이 강도를 당해 입원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강아지를 맡게 되며 유일하게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한 단골 식당 웨이트리스인 캐럴과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강박신경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떨쳐버리고 싶어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집착하게 됨으로써 불편함을 느끼고 고통을 받게되는 증세다. 강박적 행동으로는 잦은 손씻기, 반복적인 확인, 순서 지키기, 청소하기 등이 있다. 강박적 사고로는 반복적인 폭력적 사고, 반복적인 성관련 사고, 종교적 믿음에 반하는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강박적인 행동과 사고가 별도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환자 자신은 이런 증상들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불안이나 두려움의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매일 한 시간 이상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경험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강박증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이다. 반복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었다면 스트레스를 느끼고 다시 반복한다. 또한 강박장애는 다른 망상과 결합되기도 하는데, 예컨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와 통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위험해졌을 것이다' 라는 강박사고 때문에 계속해서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사례도 있으며, 만약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사실 강박증은 누구에게나 아주 조금씩은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을 병으로 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청결에 대한 집착으로 손잡이를 휴지 등을 사용하여 잡는다든가, 공부를 할 때 빨강 파랑 검정색의 볼펜을 한 자루씩 책상에 꺼내두어야 하고 필통에는 여분의 볼펜이 반드시 있어야 집중이 되는 것과 같은 경우다. 또 머리 속으로 무언가를 반복해서 외운다거나, 특정 물건을 회피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유명한 철학자인 칸트도 일종의 강박증이 있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속도로 산보를 하여 사람들이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출산, 이혼과 같은 심한 스트레스는 강박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는 있으나 스트레스 자체가 강박증의 원인은 아니다.
강박증은 전체 인구의 약 1.5%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종, 성별, 그리고 사회경제적 상태와 무관하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경우에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집착을 하는데 대해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증상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유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마음을 열고 변화를 시도한다. 데이트를 신청한 유달(잭 니콜슨)에게 캐롤이 왜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지 묻자 그는 "당신은 나를 보다 좋은 남자이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라고 대답하지만 워낙 사회성이 없는지라 그녀에게 상처만 주고 헤어지는 듯했다. 글 솜씨와 달리 말주변이 없는 그가 어렵게 얘기를 꺼낸다. "당신이 비오는 날 나에게 와서 한 말을 생각하며, 나는 생각했다. 좋은 남자가 되어야겠다고. 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약을 먹어야 하지만, 나는 약 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나 당신이 다녀간 이후로 난 약을 먹기 시작했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비록 영화 속 이야기지만 어떤 질환이라도 일단 본인이 낫고자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노력을 하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으면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다. 주변에 강박증 환자가 있을 경우 동료나 가족들도 같이 힘들어져서 언급을 피하거나 아니면 잔소리를 하게 되기 쉽다. 그러나 환자 자신이 더 힘든 상황임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며 환자 자신도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과 어려움에 대해 솔직히 얘기하기 시작한다면 많은 경우에서 크게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로 이루어진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꾸준히 치료를 하면 약 80%에서 상당히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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