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적폐` 몰린 에너지개발, 미래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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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적폐` 몰린 에너지개발, 미래 안 보인다

   
입력 2019-03-21 17:46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실행도 못하고 계획만으로 끝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계획에 따른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많은 경우 시작만 있고 끝을 못 내기도 한다. 그러기에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목표설정과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포함한 계획수립이 중요한다. 계획대로 추진하는 추진력은 더욱 중요하다. 실행하지 않는 계획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일의 추진도 성공하기 힘들다. 에너지자원과 같이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사업에서는 더욱 더 중요한 부분이다.


과거에 에너지자원 가격이 높았을 때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급하게 단기적 관점에서 무모하게 투자를 한 것도 문제지만, 지금 당장 에너지자원 가격의 안정으로 수급에 문제가 안 된다고 가만히 있는 것은 미래에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에너지자원 산업 분야의 특징을 모르거나, 또는 알면서도 당장은 문제가 안 된다는 무사안일주의에서 나온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에너지자원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준비하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생산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정부로 하여금 일관성 있는 에너지자원 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5년 주기로 바뀌는 정부가 10년 넘는 준비기간과 15년 이상의 가격변동 주기를 갖는 에너지자원 산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중국이나 일본이 해외자원 개발에서 실적을 거둘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겉보기 단기성과에 집착하여 장기적인 정책 추진이 불가능한 한국은 계속해서 계획을 위한 계획만 반복적으로 수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일은 그냥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에 맞게 제대로 일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공동으로 일을 추진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 전체적으로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각자 맡은 분야의 일이 전체 사업의 성공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개인적으로는 임무를 완수했지만 사업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책임은 없지만 일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개발은 마치 오케스트라와도 같다. 다양한 악기들이 지휘자의 지휘 아래 잘 어우러져 잘 어울리는 화음을 만들어 내면 성공적인 음악회가 되는 것처럼 정부의 올바른 정책, 공기업의 추진력, 구성원의 실력이 삼위일체가 돼야 사업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몸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머리-몸통-팔다리가 각각 제 기능을 발휘해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공기업-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이 성공적인 자원개발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일을 추진하다가 잘못됐다고 비난이나 비판을 받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 자체를 없애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비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해외자원 개발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지난 7년 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 탓만 했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까 등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다. 해외자원 개발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은 끝났지만 결론은 간단히 말해서 '부채비율 낮춰서 알아서 생존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환자에게 암 진단을 내린 후 "운동 열심히 해서 암세포 이겨내세요!"라고 처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패한 해외자원 개발이 적폐로 낙인 찍히고 어렵게 구축되었던 해외자원 개발 기본생태계도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고 민간부분은 이미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각종 자원개발 지원제도도 후퇴했고 관련 종사자들은 모두 의욕 상실에 빠져 보이지 않는 손실은 점점 커진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에너지자원 빈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해외자원 개발의 본질인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하는 일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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