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내 우호세력 확보… 위상 UP
시진핑, 프랑스에서도 참여 독려
이탈리아가 서방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유럽연합(EU)내 일대일로 우호 세력을 만든 것이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가 국제사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개최했다.
이탈리아와 중국이 맺은 일대일로 MOU에는 동유럽을 잇는 요충지인 슬로베니아와 접경한 트리에스테항, 북서부 제노바항의 개발에 양국이 협력한다는 등 총 29개 조항이 담겼다. 금액으로 따지면 25억 유로(약 3조2000억 원) 상당의 상호 협력 분야가 명시됐다.
서방의 핵심 일원인 이탈리아의 가세로 일대일로는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일대일로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추진됐지만, 이제는 유럽 선진국까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EU의 양대 축인 독일, 프랑스 등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지정학적, 군사적인 확장을 꾀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관은 전날 "중국의 약탈적 경제 모델을 살펴보고, 결정을 재고할 것을 이탈리아에 충고한다"며 "중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탐욕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이탈리아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서방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탈리아는 21~24일 자국을 방문한 시 주석에게 극진한 예우를 다했다. 시 주석이 탄 리무진은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대통령궁에 도착했다. 이와 관련,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언론은 보통 한 국가의 군주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일대일로를 둘러싼 서방의 분열된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탈리아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은 24일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일대일로 참여를 권유할 계획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일대일로 참여 MOU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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