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건 국민연금 선택 촉각
사상 초유 '監査 대란'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공세를 막아내며 한숨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드'를 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서 어느 쪽에 설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열릴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상정한다.
조 회장은 이달 17일로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끝났지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연임에 도전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로, 지배구조의 중심에 서 있다. 조 회장이 연임하려면 총회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대한항공 지분 33.35%를 보유 중이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계획을 무산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지분 약 56%)는 물론,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게 필수다. 지분율 자체뿐 아니라 기타 위탁운용사와 기관투자자 등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의 결정은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표 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총 전까지 의결권 행사 방향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1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 상태다.
변수는 조 회장이 사법부로 받고 있는 여러 혐의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회사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다 '갑질논란'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워낙 악화했기 때문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정적으로만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1일 현대엘리베이터의 현정은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기권하기로 했다. 현 회장은 전직 임직원 등 5명과 함께 작년 1월 현대상선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을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2016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것을 적발해 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 등 4개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반대가 아닌 기권이라는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상호출자기업집단 내 부당 지원행위가 있어 기업가치 훼손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양혁기자 mj@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