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후 첫 주총 삼성전자
주주항의에 사과문까지 진통
소액주주친화 경영강화 행보
사상 초유 '監査 대란'
변화하는 대기업 주총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변은 없었지만 변화의 조짐은 보였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를 지켜본 재계 인사들은 대체로 이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올해 주총시즌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과 엘리엇 간 힘 겨루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첫 주총 등 관전 포인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큰 이변은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완승했고, LG그룹은 이사회와 대표이사 분리 운영 등으로 구광모 체제를 견고히 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논란이 있었던 박재완(성균관대 교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특히 올해 주총에선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에 대비한 소액주주 친화 정책 등 대기업들의 변화 노력이 엿보였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소속 248개 상장사 중 전자투표제를 자발적으로 도입한 회사는 86개로 집계됐다. 현대차와 SK, 포스코, 한화, 두산그룹 일부 계열사 등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이 같은 흐름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0대1의 액면분할을 해 실질주주가 5배 가량 늘어난 삼성전자 역시 소액주주들이 대거 몰리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주주들의 항의에 "장소와 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공식 사과문을 내놓은 만큼 내년 전자투표제 도입이 유력하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에 이어 올해 SK하이닉스 등으로 전자투표 도입 범위를 늘리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일부 계열사들도 CEO(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 등 SK그룹 계열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이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실질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역시 오는 27일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하고 이사회 의장 직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게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친화 경영 강화 움직임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주총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을 마련했고, IR(기업설명) 담당자를 주총장 뒤에 배치하는 등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삼성전자 역시 분기 배당을 포함해 연간 9조600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할 예정이고, 현대모비스 역시 지난해 주당 3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전체 상장사 53곳의 배당금총액은 지난 2014년과 비교해 2배 이상(138.7%↑)으로 늘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움직임에 엘리엇 등 외부 헤지펀드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경영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등 '주주 행동주의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주주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액주주 친화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주(25~29일)에는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2216개사 중 1592개사(71.8%)가 정기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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