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수리연에 의뢰해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 고도화
대기업·중소·벤처기업 등 다양
의료수학 등 새 영역에도 집중
#.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각 역사에 설치돼 있는 각종 기계설비 고장을 자동으로 인지하거나,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 고도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선 고도의 수학적 지식과 역량을 지닌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학 분야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문을 두드렸다. 수리연은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데이터 확보 및 분석을 진행했고, 시계열 동기화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기계설비의 이상 작동을 감지하는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비정상 작동을 감지하는 정밀도가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서울교통공사는 모든 지하철 역사 장비에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모 건설사는 지난해 미국 부동산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택 가격 예측 서비스'를 한국 상황에 맞게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수리연 참여를 요청했다. 수리연은 서울 강남구를 대상으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상관 관계를 분석한 후, 주택 현황과 지역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수학적 알고리즘 기반의 주택가치 예측 알고리즘을 새로 만들어 제공했다. 건설사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일반인에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수학'이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존재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수학적 접근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
24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체와 공공분야에서 21건을 발굴해 해결방안을 제공했다.
수리연은 국내 유일의 수학 연구소로, 2005년 IBS(기초과학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그동안 전문적인 수학연구를 통해 과학기술계와 산업체가 안고 있는 이슈와 문제를 수학적 이론과 분석방법으로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수학적으로 해결 가능한 산업문제를 발굴·해결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수학에 연구역량을 모으기 위해 2016년 산업수학혁신센터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수리연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산업체는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중견기업,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등 다양하다. 해결한 과제로는 진동센서를 활용한 이상감지 알고리즘 개발, 가상현실 장비 시각화 모델링, 제주 쓰레기 수거장 이미지의 수학적 분석, 3차원 데이터를 활용한 가슴모형 부피측정 모델 개발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수학의 적용 분야를 의료로 확대한 '의료수학'에 집중하고 있다. 의료수학은 산업수학 영역 중 하나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적 해석과 모델링의 수학이론으로 통합 제공해 해결하는 연구분야다.
의료 분야의 경우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수많은 생체의료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데이터 분석 및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성공적인 치료를 도울 수 있다.
수리연은 최근 충남대병원과 저선량 X-선 컴퓨터 단층 영상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영상 화질 개선 연구를 수행해 특허 출원과 논문 발표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약 바이오 벤처기업과는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위한 스크리닝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기법을 적용해 신약개발 기간을 앞당기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정순영 수리연 소장은 "산업체는 물론 의료분야에서 발굴한 문제를 협력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해 줌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의 중요성과 역할을 확대해 국민의 삶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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