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올해부터 자연감소"
고용·교육 문제 등 원인으로
노인복지 지출비용도 '눈덩이'
현실이 된 최악 '인구쇼크'
인구 절벽은 예고된 재앙이었지만, 인구 감소 추세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통계청 발표는 충격적이다. 이는 당초 통계청이 예상했던 2029년보다 10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2016년 통계청의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 때 점쳤던 인구정점 시기도 2031년에서 3년 단축됐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의 중위 추계 시나리오에 따르면 자연증가와 이민자를 모두 반영한 한국의 총인구는 2017년 현재 5136만명에서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2029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2067년에는 1982년 수준인 3929만명으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출생아 수는 30만9000명, 사망자 수는 31만4000명으로 인구 자연감소가 올해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쇼크'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98명대로 여성 1명당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게 됐다는 통계가 최근 공개되면서부터 예고됐다.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수치다. 고용·교육 문제 등 저출산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자리 대란이 빚어지면서 청년들은 결혼을 할 여유가 없다.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은 부족하고, 사교육비는 삶의 질을 위협할 정도다.
인구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2018년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 온다는 경고는 한국에서도 현실이 됐다. 저출산 정책 실패로 인구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골든 타임'을 놓쳤다. 입체적인 저출산 대책이 2006년에야 시동이 걸린 것부터 늦었다는 평가다. 그 이후 지금까지 126조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재정·고용·복지 등 사회·경제 전반에 인구 위기의 후폭풍이 우려된다. 인구 격감은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재정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며 재정건전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통계청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는 생산연령인구가 연평균 33만명 줄어들고, 2030년대에는 연평균 52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연령 인구 비중은 급격히 하락하고, 경제성장은 지체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부양대상 노인 인구는 크게 증가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생산연령인구가 50년 뒤 현재의 절반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1명이 고령인구 여럿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셈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인구 부양 부담이 가장 큰 국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총부양비는 2017년 기준 36.7명으로 OECD 국가(2015년 추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2065년에는 117.8명이 돼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1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금, 의료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노인복지 지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장기 재정· 연금정책에 활용하기 위한 100년 뒤 인구추계를 보면 '국가존립 불투명론'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2117년 한국 인구는 100년 전인 2017년(5136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82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일본도 인구가 감소하면서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극심한 저출산·고령화로 일본은 이미 2011년 인구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후 일본은 '인구 1억 총활약' 플랜이라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밀어 붙이고 있다.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범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인구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재인식했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다음 달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산율과 출생아 수의 급격한 감소세를 완화하기 위해 자녀를 낳아 기르는 환경을 개선하고, 여성과 55∼64세 장년 인구 등 각 인구집단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며 청년실업을 줄여서 감소하는 인구를 최대한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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