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칼럼] 5G發 산업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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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권 칼럼] 5G發 산업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입력 2019-03-28 18:07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동통신 역사를 보면 아날로그 음성에서 디지털 음성으로, 디지털 음성에서 데이터로, 그리고 데이터에서 다시 VOD를 거쳐 실시간 동영상으로 확대되어 왔다. 1G에서 2G, 3G를 거쳐 4G까지의 여정이 그러했다. 그 중심에 인간이 있었다. 인간은 제공되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고 늘 새롭고 더 빠른 것을 요구했다. 기술은 여기에 충실히 부응했다. 전화에 문자서비스가 가미되고 인터넷접속이 가능해졌다. 인터넷 검색에 만족해하던 인간은 어느덧 이메일, 사진공유, SNS를 넘어 실시간 방송과 게임까지 즐기게 되었다.4G LTE가 제공하는 수십에서 수백 Mbps까지의 다운로드 속도, 그리고 최대 50Mbps에 이르는 업로드 속도는 3G의 Mbps 수준에 답답해하던 소비자들이 갈구하던 속도였다.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지가 확실했기에 3G 시대에 다음 4G 시장의 개발 목표는 분명했다. 그 시장은 개발하기만 하면 실제로 커질 확실한 미래시장이었다.


그런데 5G로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단순히 속도를 수백 배 높인다고 해서 미래시장이 저절로 만들어질 것 같지 않았다. 2014년에 필자가 참여했던 5G 포럼 및 5G 전략기획단이 5G 서비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방향전환이 필요했고, 그래서 1000배 많은 디바이스 수용에 1~2msec 수준의 초저지연(ultra-low latency)이 기술규격에 추가되었다. 1000배의 디바이스 수용은 사물인터넷(IoT)과 펨토셀(femtocell)을 위한 것이었고, 초저지연은 실시간 원격제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출발부터 5G 이동통신의 주 고객은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욕구를 좇던 기술이 인간의 욕구와 기대를 추월하자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한 기술이 5G였던 것이다. 사물인터넷 센서를 장착한 수많은 데이터 장치와 기기, 그리고 원격에서 실시간으로 조종하는 드론이나 로봇, 자동차와 같은 기계장치가 5G 이동통신의 새로운 고객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방향선회는 전세계 이동통신 생태계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5G를 4G와 같은 B2C 서비스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던 사업자들에게 5G는 사업성이 없어 보였다. 속도에 대한 이동통신 소비자의 한계효용은 점차 감소할 것이기에 엄청난 5G 투자비를 회수할 길이 없다고 본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에서 5G 서비스 시연이 있기까지 전세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묵묵히 지켜만 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표면적 기류와는 달리, 5G가 4G로부터 선회한 이유와 가능성에 주목해 미리 준비해 온 기업들이 있었다. 바로 5G 장비와 5G 단말 칩을 개발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다. 화웨이와 퀄컴이 그 대표적 기업이다. 5G를 기반으로 펼쳐질 비즈니스 생태계는 B2C보다는 B2B 중심이며 그 경쟁력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떤 B2C 시장보다도 크고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있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달성, 5G 요금제, 그리고 5G 커버리지의 조기 확대 요구 등은 우리가 5G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4G의 연장선상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대상을 소비자 정책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세계 최초로 ADSL을 도입한 이후,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부상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인터넷 보급률은 물론, 소비자당 평균 인터넷 접속 속도도 한국은 단연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 취해있는 동안, 독일은 조용히 인더스트리 4.0을 준비했고,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해 왔다. 우리가 그들의 동향에 무관심한 채 수 년을 허송세월하는 동안, 그들은 5G를 탑재할 스마트 제조기반을 착실히 구축했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가 의미 없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뒤쳐진 미래 제조기반 구축에 수년을 보내는 동안 그들은 이미 구축된 그들의 제조기반에 5G를 손쉽게 탑재할 것이다. 일직선 도로에서 선두를 달리던 우리나라가 커브 길에 접어들자 선두를 놓쳐 버렸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5G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5G 이동통신의 주 고객은 인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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