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베네수엘라行 초특급`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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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베네수엘라行 초특급`의 종착역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4-02 18:12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무상복지와 퍼주기 정책으로 나라를 거덜 낸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국내서도 마두로식 현금살포 복지와 지지층만 챙기려는 정책에 빗대 베네수엘라처럼 될지 모른다며 '베네수엘라행 열차'라는 말이 나왔다. 엊그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3보궐선거 지역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금 퍼주기와 세금 일자리 등 포퓰리즘 정책이 만연해 있다"며 "대한민국은 베네수엘라로 가는 초특급열차를 타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서 베네수엘라의 국유화 망령을, 대북정책에서 베네수엘라의 반미좌파연합을 엿볼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황교안 대표가 "지금 대한민국은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를 타고 질주한다"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몰락시키는 국민 고통 열차는 즉시 멈춰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또 민주당과 야3당이 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으로 묶으려는 것에 대해 "좌파 독재 연대가 들어서게 되면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행 지옥 열차에 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가 베네수엘라행 열차가 폭주한다고 한 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시민단체 대표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보수단체들도 초청한 자리여서 반대편 여론도 듣고 정책에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지만 막상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 됐다.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내놓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반대목소리를 듣는 모양만 갖췄지 내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성공하고 있다고 선긋듯 말할 수 없다"면서도 앞뒤 맞지 않는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에서 밀려나는 분들의) 소득까지도 충분히 보장돼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되도록 사회안전망까지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실업수당을 늘리겠다는 의미인데, 수당은 충분히 보장될 수 없고 또 보장돼서도 안 된다.

청와대 부대변인이 잘못 전달한 것인지 몰라도 이해하기 힘든 발언은 또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이제 보수나 진보같은 이념은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국가발전을 위한 실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고용, 노동, 복지, 교육, 기업 및 외교안보 정책의 근저에는 이념에 쏠리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다. 논리와 현실에 맞지 않는 관념적 정책은 한계가 있다. 세금으로 기간제 일자리를 만들어놓고 고용이 늘었다 하고 소득이 늘기는커녕 쪼그라드는 데도 방향은 맞다고 우기는 사람들을 민심의 바다가 떠받쳐줄 리는 만무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취임 후 최저를 기록했고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문 대통령이 가장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가 대북정책인데 그나마 여기서부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직전까지 갔던 험악한 상황에 비하면 어쨌든 지금은 평화의 시기다. 김정은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발사를 않는 이유가 그의 전략에 의해서든 문 정부의 짝사랑 정책의 성과든 결과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업적으로 치부될 수 있다. 북 비핵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만 안 한다면,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관리는 A플러스를 받을 만하다. 김정은에게 실제로 준 것은 없으니 재작년 그 살벌한 상황에서 벗어나 평화를 관리하는 것 자체는 아직까지는 매우 저렴하고 실용적이라 할 수 있다. 단 국제사회가 그어놓은 금단의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아무튼 문 정부는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경제적이기까지 한 이 대북 관리법을 경제정책에도 원용할 필요가 있다.

포퓰리즘 열차가 제 아무리 베네수엘라로 달리려 해도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 은하철도999처럼 국민의 지지란 공중 레일을 깔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하다. 은하철도999의 의미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끄는 열차는 절대 종착역에 닿지 못할 운명일지 모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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