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탈원전과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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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탈원전과 가짜뉴스

   
입력 2019-04-03 18:08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탈원전 때문에 미세먼지가 악화됐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라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원전 23기 중 19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4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중인데 무슨 탈원전이냐고 한다. 오히려 노후 석탄화력의 가동중단과 조기폐쇄로 미세먼지를 무려 25%나 줄였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자화자찬이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미세먼지의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한 억지이고 동문서답이다.


원전의 연평균 가동률이 65% 수준으로 떨어져버린 것은 분명한 진짜 뉴스다. 그런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원전을 세워두고, 석탄·LNG를 쓰는 화력발전을 돌리면 미세먼지 배출이 늘어나는 것은 삼척동자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결론이다. 정부는 LNG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연료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런데 똑같은 LNG를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에서도 2차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이 쏟아져 나온다. 서울시가 청정보일러 보급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LNG의 초미세먼지 배출 때문이다. 더욱이 인구밀집 지역 근처에 위치하고, 첨두전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분산형 LNG발전소는 미세먼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원전 가동률 하락은 원전의 부실을 외면했던 과거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는 정부의 주장도 억지 가짜 뉴스다. 지난 40여 년 동안의 무사고 운전으로 우리 원전의 안전성이 확인되었다는 대통령의 프라하 발언이 그 증거다. 오히려 탈원전에 매달리는 정부가 사소한 관리 문제를 터무니없이 침소봉대시켜 멀쩡한 원전의 정비기간을 불필요하게 연장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해석이다.

탈원전이 아니라 60년에 걸친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말장난이다. 대선 캠프의 어설픈 '탈핵' 정책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 뒤늦게 찾아낸 비현실적인 억지 포장일 뿐이다. 더욱이 탈원전을 핵심으로 하는 현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법과 제도에 따른 정책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청와대의 탈법적인 주장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시도로 시작된 탈원전은 지금도 맹렬하게 진행 중이다.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을 백지화시켰다. 원자력진흥법·녹색성장기본법·에너지법·전기사업법에 정해진 절차는 통째로 무시됐고, 국회의 논의도 없었다. 정부의 부지 매입 요청에 응했던 주민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렸고, 이미 제작이 완료된 신한울 5·6호기의 원자로 설비는 야적장에서 시뻘겋게 녹이 슬어가고 있다. 정부의 탈법적인 횡포로 피해를 입은 주민과 기업들은 최소한의 보상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의 '원'자도 모르는 탈원전주의자들로 채워버린 것도 탈원전의 참혹한 현실이다. 작년 라돈 침대 사태로 드러난 원안위의 전문성과 행정력은 절망적이었다. 멀쩡하게 완공된 신고리 4호기를 뚜렷한 이유도 없이 18개월 동안 세워두었던 것도 탈원전 정책의 전위대를 자처하는 원안위의 행패였다. 원전의 안전 관리와 시급한 폐연료봉 처리시설 건설에 대한 정책은 현재의 원안위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것도 탈원전 때문이다. 이미 344명의 원전 전문 인력이 이탈했고,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들의 존폐도 걱정스럽다. 창원의 원전 부품산업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원전의 해외 수출은 고사하고, 원전 23기의 안전 운전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의 축복'이라는 바라카 원전의 운영권 확보도 장담할 수 없다.

과속 탈원전으로 에너지 현실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에너지 수입액이 1451억 달러로 2년 전보다 무려 77%나 늘어났고, 총수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9.7%에서 지난 2월 30.1%로 늘어났다. LNG 수입액도 106억 달러나 늘어났고, 온실가스 감축 약속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다.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에 심각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 빨리 탈원전을 포기하고, 법과 제도에 따라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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