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황하나 비호, 檢警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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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황하나 비호, 檢警 망신이다

   
입력 2019-04-09 17:5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렇지 않아도 경찰과 검찰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은 가운데 또 충격을 안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이다. 2015년에 황 씨가 대학생에게 마약을 판매한 것이 드러났다. 마약사건에서 최종 투약자보다 판매자가 훨씬 중한 처벌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투약자인 대학생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판매자인 황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찰이 황 씨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작년 말에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황 씨의 마약 투약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반려했다. 처음엔 혐의를 받았던 시기가 2015년이라 너무 오래전이라는 게 반려사유였는데, 경찰이 보강수사로 최근 1년 사이에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는데도 또 반려했다는 것이다. 마약 사건은 최대한 신속하게 모발검사 등을 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몸속의 성분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색영장을 반려한 것은 상당히 석연치 않다.
경찰 수사도, 황 씨가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아 지지부진했다고 하는데 이 점도 의아하다. 황 씨는 2009년과 2011년에도 마약 관련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2015년 사건까지 합치면, 2018년 경기남부청 수사 시점에 총 3차례의 과거 전력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처벌 받은 적이 없다고 해도 과거 수차례나 마약 혐의를 받았던 사람이라면 첩보가 입수됐을 때 시급히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우리 공권력의 대응은 너무나 느긋했다.

이번에 언론보도를 통해 황 씨가 주목 받지 않았다면 과연 수사가 이루어졌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에 이어 대중 공분이 이어지자 곧바로 경찰이 황 씨를 체포했고 구속영장까지 일사천리로 떨어졌다. 이렇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을 언론보도 전엔 왜 못했던 것일까? 보도가 없었으면 황 씨는 지금까지도 세상을 활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남 클럽 아레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7년 10월에 폭행사건이 벌어졌는데 최근까지 미제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버닝썬 사건 이후 언론이 강남 클럽 문제를 크게 다루자 경찰이 재수사에 돌입해 2주 만에 가해자를 붙잡았다. 2주 만에 해결할 일을 1년 동안 쥐고 있었던 셈이다. CCTV 확인으로 간단히 처리될 사건이었는데 2017년에 경찰이 CCTV 영상을 확보했는데도 진척이 없었다고 한다.

정준영 사건도 2016년 불법촬영 조사 때 황당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정준영의 휴대폰이 범행도구이자 증거였는데 경찰은 압수도 안 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휴대폰을 확보해 조사하고도 무혐의 처리했다. 2018년엔 정준영 불법촬영물 제보를 받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검찰이 두 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해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사이에 정준영은 세상을 활보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양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대중의 분노가 폭발해서야 검경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그러한 국민적 공분상황에서조차 정준영이 귀국할 때 즉시 체포하지 않고 하루의 시간을 줬다. 불법촬영 사건에선 휴대폰, USB, 컴퓨터, 노트북, 외장하드 등을 시급히 확보해 조사해야 한다. 어디에 어떤 데이터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준영에게 증거를 없앨 시간을 준 셈이어서 의혹이 일었다.

석연치 않은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의 특수강간 의혹이 덮인 것도 의아하다. 동영상의 화질이 선명하고,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까지 있었는데 검찰이 묵살했다는 것이다. 승리 사태에선 '경찰총장'이 뒤를 봐준다는 말이 나왔고, 황하나 씨 사건에선 '우리 아빠랑 경찰청장이 베프(베스트 프렌드)'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말들까지 나오니 검경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열혈사제', '닥터 프리즈너' 등의 드라마에서, 검찰과 경찰이 조롱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국가의 근간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그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검경이 제자리를 찾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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