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정의,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1102102269660002[1].jpg?var=3813 "[논설실의 서가] 정의,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아마르티아 센 지음 / 이규원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저자의 이름만으로 눈길을 잡는 책이다. 저자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는 인도 출신으로 아시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사상가다. 빈곤과 불평등, 기아 문제 연구를 천착해오고 있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공로도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는 후생경제학에 기여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개발한 빈곤 측정 수리모형인 '센 지수'는 개발경제학에서 배워야 할 필수 모형이다.
센은 평생을 빈곤, 기아, 불평등, 복지 등 약자를 위한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경제학을 윤리와 철학적 견지에서 수행해와 '경제학계의 양심', '경제학계의 마더 테레사'로도 불린다.
그의 연구 영역은 정치, 경제, 철학, 젠더, 보건 등 학문 전반에 걸쳐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센은 기존 시각과 다르게 정의에 접근한다. 완전한 정의와 완벽히 공정한 제도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회적 현실을 직시해 가치 판단의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제안한다. 부(不)정의를 하나하나 제거해 가는 방식으로 정의를 촉진하자는 것이다. 논지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홉스, 로크, 루소, 칸트부터 롤스, 노직, 고티에, 드워킨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을 분석하고 그들 주장들이 갖고 있는 각각의 맹점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풍부한 역사 지식, 아름다운 문학적 비유, 재치 있는 예시가 딱딱하고 관념적으로 흐를 수 있는 내용을 쉽게 다가서도록 해준다. 특히, 정의를 위해 흔히 간과되거나 오해되기 쉬운 개인의 자유권에 대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임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정의의 확장이야말로 자유의 확장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책은 센이 반세기 동안 몰두해온 '정의의 실현' 문제를 진지하게 개진함은 물론, 그의 사상과 삶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을 "경제학자와 철학자가 태세를 갖추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거의 모든 페이지에 새겨져 있다"고 평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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