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차이나 깃발`, 아직 절반도 못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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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차이나 깃발`, 아직 절반도 못 올렸다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4-10 18:02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중국과 이탈리아 간 통상은 2000년 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라시아대륙 동쪽과 서쪽에 있는 장안(長安)과 로마는 직선 거리로 8000㎞나 떨어져 있지만 한(漢)나라 시대부터 실크로드를 통해 교역을 해왔다. 당시 장안의 고관대작들은 로마 제국의 유리제품, 와인 등에 열광했다. 로마 사람들은 한나라에서 수입되는 비단과 도자기에 쏙 빠져들었다. 이후에도 실크로드는 계속 이어졌다. 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는 실크로드를 따라 동방으로 떠나 쿠빌라이가 통치하고 있던 원(元)나라를 구경했다. 그때 그가 본 모습은 '동방견문록'에 담겨져 있다.


시간이 흘러흘러 지난 3월 21일 '시황제'(習皇帝)로 불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거침없이 서진(西進)해 과거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에 도착했다. 500여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온 시 주석은 그 곳에서 '황제 예우'를 받았다. 리무진을 탄 시 주석은 기마병들의 화려한 호위를 받으며 대통령궁에 도착,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의 영접을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이런 예우는 한 국가의 군주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라고 전했다.


이날 시 주석과 콘테 총리는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G7(주요 7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동참한 나라가 됐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참여를 결정한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 및 재정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탈리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를 겪고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5%, 실업률은 10.5%에 이른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0.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상황도 심각하다.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한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의 경제국이지만, 그리스에 이어 2번째로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다.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는 공공투자를 확대해 경기를 견인하려고 애쓰고 있다. 따라서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EU 가맹국들 역시 경기침체를 겪고있어 그들로부터 투자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중국이다. 이탈리아가 중국에 눈을 돌리자 미국 및 다른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경계감을 나타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이탈리아에 교두보를 만들면 유럽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고, EU 회원국들간 구심력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중국의 돈'을 선택했다.

물론 중국은 서방의 우려와 비판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일대일로는 상생을 위한 것으로, 패권 확장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순수한 의도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중국은 유럽 각지에서 영향력을 야금야금 확대하며 깃발을 꽂고있다. 마르코 폴로가 임종할 때 신부(神父)와 친구들은 "그동안 지어낸 거짓말을 모두 취소하고 참회하라"고 권고했다. '동방견문록'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폴로는 참회는 커녕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 "내가 본 놀라운 것들을 절반도 말하지 않았다"며 눈을 감았다. 어떻게보면 유럽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이야기도 아직 절반 밖에 쓰여지지 않은 듯 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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