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떠받치는 자영업자 숨통 조여놓고 `일자리 타령` 어불성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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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떠받치는 자영업자 숨통 조여놓고 `일자리 타령` 어불성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4-11 18:23

일자리 생겨야 소비 생기는데 최저임금만 잔뜩 올려놔… 누가 고용 엄두나 낼까
코 닿을 곳에 식량대국 중국… '스마트팜'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에 왜 투자 안하나
정규직 중심 대기업 노조가 바로 기득권… 이들보다 구직 청년 얘기 듣는게 마땅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벌써 10여년을 신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실패하고 있다는 겁니다. 수요 창출이 없이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보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전제는 맞습니다. 그러나 방법과 속도조절에서 틀렸어요. 수요(구매력)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일자리는 못 만들고 임금만 높여 놨어요. 최저임금 선의 임금을 지급하는 자영업자가 우리나라 고용의 25.1%를 차지하는데 그들이 직격탄을 맞아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중략) 일자리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고집하는 사람들 보다는 '안 좋은 일자리'라도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해결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은 일자리를 늘린다면서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뿐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포괄범위 확대, 정년연장, 정규직화 등이 모두 이미 직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에요.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일자리정책입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전 회장(명예회장, 편의상 회장으로 호칭)은 일자리정책의 재부팅을 권고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처음의 일자리 우선 정책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안 없는 비난이나 비판이 아니라 충심이 담긴 조언이자 실질적 일자리 해법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흐릿하게 보이던 물상이 카메라 조리개가 돌아가면서 점차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처럼, 안개 속에서 길이 점점 또렷이 드러나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그의 말은 간단 명료했다.

"제조업만으로는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의료·관광산업과 같은 서비스업과 농업을 국제경쟁력 있게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 기업들에게 투자하도록 해야 하고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60·70·80년대 우리가 썼던 제조업 성공전략을 서비스산업과 농업에도 적용하면 제조업 수준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조업 육성에 썼던 대외개방과 고급화 전략을 서비스산업과 농업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박 회장은 "아무 것도 안 바꾸면 아무것도 안 바뀐다"며 일자리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싹 바꿀 것을 제안했다. 박 회장은 "저는 경제성장률에 관심이 없다"며 "오로지 일자리를 창출하면 임금이 오르고 잘 살게 되지만 임금을 먼저 올리면 일자리는 만들기 어려워진다는 믿음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차관, 이명박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일자리를 어떻게 많이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고 고백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 사람들이 수십 년간 그의 머리와 손끝에서 숙성된 주옥같은 일자리 해법을 듣는다면 돈오(頓悟)의 순간을 경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의 일자리 외침은 누구에게나 쉽게 와 닿은 포효였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 충무로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찬 세미나 직후 가졌다. 이날 박 회장은 '고용 우선의 경제운용'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그런 만큼 경제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를 실타래 삼아 인터뷰가 진행됐다.



-농업을 일자리 산업으로 키우자는 말씀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의외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조업을 발전시켜야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제조업에 집중했고 농업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산업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는데요.

"식량산업이 아닌 맥락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찾는다면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농업도 이제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포기할 수 없는 농업'이란 주제로 강의도 하고 그랬어요. 농사와 농업을 구별해야 합니다. 농업도 다른 업종과 똑같습니다. 자본, 기술, 마케팅 능력, 브랜드 파워가 필요합니다. 한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농업에서도 다 필요하다는 겁니다. 농사를 농업으로 탈바꿈시킬 수만 있다면 네덜란드처럼 우리도 농업에서 많을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농업 자본을 말씀하시면 언뜻 스마트팜이 떠오르는데요.

"스마트팜은 큰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자본을 기업 아니면 댈 수 없죠. 그런데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돈도 벌게 해주는데, 기업이 스마트팜을 하는 게 싫다는 거예요. 기업이 농업까지 하느냐 하는데, 기업이 못하면 나라라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안 하거나 못 한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하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나라 재정을 가지고 추가경정예산까지 써가면서 어디 도로를 만들고 공항을 만들고 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예요. 농업기반공사가 하든 농협을 시키든 어쨌든 기업이 하는 게 못마땅하다면 정부가 누군가를 시켜서라도 하라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생기는 거죠. SOC 사업 같은 것은 완공과 동시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거든요. 재정지출로 생기는 일자리는 지속 가능성이 없어요. 그런 일자리 만들려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까지 하는데, 지속 가능한 일자리에 투자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세금 쓰는 일자리 하나를 만들 때 세금을 내는 일자리 열 개를 만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기업이나 민간이 할 수 있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라도 나서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몇 년 전 한 기업이 새만금에 스마트팜을 짓는다고 하자 농민단체가 반대해 좌절된 적이 있는데요.

"정부가 접근을 잘못했다고 봐요. 농민들과 이해관계가 상치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 농업을 발전시켜 당신들과 당신들의 아들 딸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득했어야 했어요. 그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인들의 일 아니겠어요? 중국이 최근 농축산물 수입국이 됐어요. 어마어마한 농업 시장이 바로 옆에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어디 가서 무슨 수요를 확보하겠습니까? 고급 식품을 찾는 중국의 상위 3% 인구만 해도 5000만명에 가깝습니다. 그들을 겨냥한 고급화 전략을 펴면 승산이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인구가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데 농식품 수출이 1000억 달러가 넘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네덜란드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농업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의료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한몫을 해줘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병원을 더 지어야 하는데, 민간이 돈을 댈 수 있게 제도가 안 돼 있어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나라나 지방자치단체라도 하라는 겁니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것도 안 생기지요. 한국의 의료산업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두뇌들이 의사가 되지 않습니까. 그런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 들은 얘기인데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메이요클리닉이라는 데는 한국인 통역이 다섯 명이나 상주하고 있다고 해요. 그만큼 한국인 수요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외국으로 유출되는 의료수요를 국내에서 소화하고 고급의료를 원하는 중국 등 해외 수요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의료계의 규제를 풀어 이제 산업으로 접근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회장님의 말씀을 정치인들과 정책 담당자들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면 많이 얘기를 해요. 국회의원들이 10여 명씩 모여 제 얘기 듣겠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되는 게 없는 나라잖아요. 몇 사람만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나라가 돼버렸단 말이에요. 이 세상에 모두가 찬성하는 일은 참 드뭅니다.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반대하는 사람들한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반대를 하느냐 물어보고, 들어주고, 설득하고, 보상을 해주고 해서 성사시키는 게 정치가 하는 일이고 나라가 할 일이잖아요. 이건 좌파 우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득권과 새로운 시도 사이의 대립 문제입니다."

-좌우 진영에 따라, 사안에 따라 설득력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한미 FTA 체결을 보세요. 이런 어려운 일을 노무현 좌파정부가 한 거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도 노무현 정부에서 한 거잖아요. 동북아비즈니스센터, 국제금융중심도시 구상, 경제자유구역도 다 노무현 정부 때 한 거예요. 그런데 지금 규제혁파가 하나도 안 되고 있잖아요. 사람들은 자꾸 정부가 규제를 가지고 칼자루를 휘두르는 맛에 안 한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에요. 정부가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규제의 배후에는 기득권들이 있습니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기득권이 있어요. 스마트팜 같이 농민들이 반대한다든지, 원격진료를 의사들이 반대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기득권의 반대는 좌파 우파 정부에 관계없이 언제나 있는 거거든요. 그런 반대를 극복하고 결과적으로 당신들한테 손해 안 가는 방향으로 하겠다, 또는 구조를 바꾸어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야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보상을 해줘야 할 때도 있고요."



-기득권 극복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하나씩 극복해 나가야지 도대체 10년 이상 되는 게 없는 나라가 됐단 말입니다. 잣대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우리는 못 한다는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예를 들어 우리는 빅데이터를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못한다 하지 말고 다른 나라가 하는 만큼만이라도 하자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못 하는 것만 해결해도 돼요."

-결국 기득권을 설득하는 문제인데요. 지금 가장 큰 기득권은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조거든요.

"저는 사용자들을 위해 무얼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적어도 미취업 청년들을 위해 도움이 될 일들, 미취업 청년들이 원하고, 미취업 청년 한 명이라도 취업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도만이라도 노동계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미취업 청년을 위한 노동계의 각성 또는 양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들이 원하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모든 것이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한테는 불리하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그런데 자꾸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있으면 어떡하느냐는 거예요. 물론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겠죠. 미취업자보다 숫자가 많으니 표도 많겠죠. 그러나 노조의 얘기를 듣는 것은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거란 말입니다. 나라가 할 일은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의 얘기를 듣고 아직 취직하지 못 한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취직하도록 돕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노조)들한테 그들이 손해보는 일까지 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예요. 그들이 이미 갖고 있는 기득권은 계속 그대로 보장하겠다 그런데 아직 취직하지 못한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좀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요. 그 예가 바로 광주형일자리같은 거라고요. 우리는 그렇게 높은 임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까 좀 안 좋은 조건이라도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비원을 누가 무슨 권리로 막을 수 있느냐는 말이지요."

-광주형일자리라는 '염가 일자리'에 대해서는 지속가능성과 이른바 '좋은 일자리'와 관련해 비판적 시각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갖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나오는 얘기가 있잖아요. 업종별 연령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하자고 하는데 업종별 차등화는 누가 요구하는 건가요? 사용자가 요구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연령별 차등화는 누가 요구하나요, 취직하려는 사람이 요구하는 거거든요. 내가 나이가 아직 어려서 또는 나이가 많아서 생산성이 떨어지니까 너무 높은 임금을 요구하면 나를 고용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아니까 나는 좀 적게 받아도 좋으니까 일자리를 달라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자는 얘기입니다. 특히 최저임금의 인상은 노인들한테 결정적 타격을 줍니다. 일순위로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게 노인들이거든요. 그런데 점점 고령화하면서 좀 적은 돈이라도 계속 벌 수 있는 거하고 수입이 뚝 끊어지는 거 하고 노후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서)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들어주자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역별 차등화도 구직자 입장에서 요구하는 거로 보입니다.

"노동자가 지역단위로 요구하는 거지요. 우리 지역에는 산업도 일자리도 없어서 그 임금에는 일자리가 도대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좀 낮은 임금이라도 받겠다 이런 것이거든요. 이게 바로 광주형일자리거든요. 결국은 최저임금 문제도 지방자치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해볼 만하다고 봐요. 서울과 대도시 지역하고 지방은 주거비 생활비 등 모든 비용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거든요. 또 노동강도에서도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가령 명동 편의점과 중소도시 편의점은 하루에도 밀어닥치는 손님 수에서도 다르고 처리해야 할 업무량도도 다르거든요. 사업자의 지불능력에도 엄청난 차이가 난단 말입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 최저임금제도는 똑같이 임금을 받으라고 하는 겁니다. 결국은 노동자가 원하는 것을 못해주고 있다는 겁니다. 노동자 중에서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풀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거든요. 최저임금 개편에서는 업종별, 연령별 차등화는 풀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업종별 차등화도 들어주면 좋겠지만 업종별 차등화는 사용자가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어요. 다 들어줄 수 없다면 노동자가 요구하는 것만이라도 들어주자는 거지요."

-올해 경제와 일자리 사정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추경이나 재정을 통해서 경기를 살리려는 것은 '언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저는 솔직히 성장률 이런 데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 것이냐. 거기에만 관심이 있는데, 일자리가 생기면 임금은 저절로 올라간다고 봅니다.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데서 모든 경제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20년째 해오고 있는 얘기인데요, 그렇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거시경제적인 수단을 도외시할 건 없고 써야 될 땐 써야 됩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20년 전부터 나왔고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20년 전부터 계속 나온 말인데, 국제 경제환경이 좀 좋아지거나 거시경제수단을 써서 좀 나아지면 또 잊어버려요. 이 문제는 집요하게 계속 챙겨야 효과가 있는, 경제 펀더멘탈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사람이 없으면 안 돼요. 계속 거시경제수단으로 미봉책으로 숨 돌아가게 만들어놓고 이 근본적인 대책을 잊어버리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아무 성과가 없는 것입니다. 거시경제정책으로는 경제의 펀더멘털을 바꾸지 못합니다. 시간 벌기고 숨 돌리기지 근본적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소위 '좋은 일자리'는 제조업에서 많이 생기는데요, 앞으로 신성장동력 4차 산업혁명 관련 제조업에서는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모든 전선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에 뒤지고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되겠지요. 신성장동력이 다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어요. 신성장동력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분야는 우리가 스스로 규제로 묶어 놓은 자승자박 때문에 그런 겁니다. AI라는 게 뭡니까, 빅데이터를 발판으로 모든 게 이뤄지는 거란 말이에요. 그럼 빅데이터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고 어떻게 AI산업을 발전시킨단 말입니까. 드론산업도 마찬가지고요. 새로운 제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 자율주행차니 하는 하여튼 모든 신성장동력이라고 하는 산업들이 다 규제에 묶여 있어요. 이거 무지무지하게 급해요. 신성장동력 발굴에서 규제 때문에 중국에 뒤지고 있는 게 부지기수인데 이거야말로 큰일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원격진료를 발전 안 시키면 그럼 미국이나 중국은 발전 안 시키냐 말이에요? 지금 중국이 원격진료산업을 엄청나게 발전시키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우리 국민들이 언젠가는 미국이나 중국의 원격진료를 받을지도 몰라요."

-규제를 국내에만 한정해 생각하는 거 같아요.

"자꾸 국내에만 한정해 규제를 생각하니까 문제인 거예요. 기득권자들도 그렇고 정치하는 사람도 그렇고요. 국내에만 한정해 보면 지방 주민들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만 진료를 받게 되니 우리는 어떡하느냐 하는데, 그러면 미국이나 중국은 원격진료를 발전 안 시키냐 이 말이에요? 미국 중국과 경쟁을 하고 있는 사실을 잊고서는 그 어떤 판단도 올바른 판단이 안 나옵니다. 중국과 미국도 우리와 똑 같은 규제를 하고 있으면 좋은데, 아니거든요. 중국이 하고 있는데 우리가 규제 때문에 못하면 그게 패인이고 그것 때문에 결국은 나라 경제가 서서히 말라비틀어져 죽을 거예요. 중국한테 손님을 안 뺏길 것 같습니까? 지금도 뺏기고 있다고요. 우리 젊은이들이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에 직구를 하잖아요. 심지어 우리 제품을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에서 사온단 말이에요. 그런 멍청한 짓이 어디 있느냐 이겁니다. 국제 경쟁에 우리 경제가 완전히 노출돼 있다는 것을 도외시 하고 판단하는 것은 모조리 다 틀리다는 겁니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 폐지와 상법의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 국제 경쟁에 노출돼 있잖아요. 그런데 국내 규제라는 것이 각 나라의 조금씩 다른 규제에서 강한 것만 베껴온 게 많거든요. 그런데 다른 나라 제도를 베낄 때 한 나라에서만 베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한 나라의 규제만 베끼면 그 나라에서는 그 규제에 대한 대응수단까지 같이 만들어 놨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도 도입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각 나라에서 규제만 베껴요, 그러면 그 부작용에 대한 대응능력은 없게 되는 거지요. 규제만 들어오고 그에 대한 방어수단이 없으니까 시장이나 기업이 대응을 못하는 겁니다."

-새로운 기업 규제를 만들려 하면서도 시급한 노동관계법 개혁은 요지부동 부지하하세월입니다.

"실업자와 퇴사자도 노조원으로 인정하기로 하는 등 노조의 힘을 강화하면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같은 사용자의 대응수단도 배려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와 기업지배구조, 노동관계 규제, 모두가 너무 일방적이에요. 저는 가급적이면 우리의 최대 경쟁상대인 중국하고 규제 정도를 똑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중국이 아직은 우리보다 뒤져 있으니까 우리보다 조금 규제 도입이 늦거든요. 중국이 안 하는 규제를 우리가 하자는 것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 수 지고 들어가는 겁니다. 관광인프라, AI, 드론, 원격진료, 노동 관련 규제, 공정거래구조, 기업지배구조 등 기타 등등 적어도 중국이 안 하는 규제는 우리도 안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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