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전세제도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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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전세제도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19-04-11 18:23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봄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이에 주택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택시장은 매매와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분양시장에는 투기 열풍이 불어 중산·서민층들의 주거비용을 늘리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멀어지게 한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이처럼 집은 우리 국민들의 삶의 보금자리인 동시에 장관 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할 만큼 중요한 재산증식 수단이기 때문에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을 보면 한결같이 국민의 주거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표방하고 있지만 때론 경기활성화나 주거정의 실현 차원에서 규제완화와 규제강화를 반복해 왔다.

'주택경기가 침체하더라도 주택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의 인터뷰 내용을 보더라도 앞으로 상당기간 주택가격 하락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독특한 수급구조나 금융부문과의 연계고리를 생각할 때 주택가격 하락에 마냥 안도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볼 수 없는 전세제도를 갖고있어 전세와 담보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택가격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역전세 문제나 금융회사(특히 비은행권)의 담보 부족으로 인한 금융부실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기돈 2억원으로 대출과 전세를 끼고 10억원 상당의 주택을 구입했다면 레버리지가 5배나 되는 상당히 위험한 갭(gap)투자에 해당된다. 주식시장의 경우도 과거 활황기에 개인들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성행했으나 주가가 하락하자 깡통계좌가 속출해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투자를 엄격히 제한한 바 있다.
과거 고성장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에는 전세를 이용한 갭투자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 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시대에는 자칫 국민경제 전체를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주택시장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 즉, 역전세, 가계부채 증대, 금융부실,주택 투기와 부의 불평등은 모두 전세제도가 초래한 구조적인 산물이다.

따라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세를 주택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사라지도록 만들 제도적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세소득을 철저히 과세하거나 과도한 갭 투자 방지를 위한 대출규제 강화와 저렴한 월세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아울러 앞으로 주택정책도 투기억제보다 국민의 주거복지 실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주거복지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새 집에 살고 싶은 욕구다. 서울의 경우 각종 재건축 규제로 새집 보급율이 20%를 넘지 않는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에 사는 것은 디지털시대에 낡은 브라운관 TV를 보는 것처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둘째, 교통·교육 등 주거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살고싶은 욕구다. 이런 점에서 도심재개발보다 신도시 개발에 치우친 주택공급 정책은 교통유발, 그린벨트 훼손, 재원낭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도 최근 도심재개발로 도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면서 주거문제도 해결해 오고 있다. 셋째, 재산과 소득이 적은 서민층의 주거기본권 보장이다.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장기모기지를 이용한 내집마련 지원이나 공공임대 주택,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답이다.

이러한 3대 주거복지 충족을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나 규제 완화 시 부자 혜택이란 저항을 넘을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건축 규제 완화 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해 해당지역에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집값도 잡으면서 서민에게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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