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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長毋相忘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4-11 18:23



長毋相忘 <장무상망>길 장, 아닐 무, 서로 상, 잊을 망.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의미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세한도(歲寒圖, 국보 제180호)에 찍힌 인장(印章)에 새겨진 글이다. 세한도의 오른쪽 아래에 찍혀있다. 원전은 중국 한(漢) 시대 와당에 새겨진 글씨로 추정한다. 추사는 제주도에 유배 가있을 때 서적과 신문물의 정보를 보내준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에게 세한도를 그려 주었는데 거기에 이 글을 인장에 새겨 찍었다. 역관이었던 이상적은 추사가 곤궁할 때 곁에서 끝까지 지켜준 제자이자 동료였다. 추사는 그 의리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인장 글자로 이 글귀를 택했다.
오랫동안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화려한 수사(修辭)를 쓰지 않고 담담하게 그저 잊지 말자는 평범한 말로 대신한 것이다. 과연 추사답다. 스승과 제자를 떠나 설령 생사가 이별을 만들더라도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잊지 말자는 애틋한 바람이 서려있다.



추사는 인장 글씨 외에 발문에서도 이상적의 변함없는 의리를 찬하는 글을 남겼다. 논어(論語) 자한편에 나오는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를 인용해 귀양살이로 추락한 자신에게 변함 없는 우정과 의리를 지켜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 말은 날이 차가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는 뜻으로 우정과 의리, 지조가 굳음을 표현할 때 자주 인용된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들어가는 사자성어로 돈독한 우정을 표현하는 송무백열(松茂柏悅)도 있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말이다. 같은 의미의 말로 혜분난비(蕙焚蘭悲)도 있다. 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는 뜻으로, 벗의 불행을 슬퍼한다는 의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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