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그 노인은 왜 햄버거를 집어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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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그 노인은 왜 햄버거를 집어던졌을까?

김지은 기자   sooy09@
입력 2019-04-12 09:02
지난해 11월 17일, 연신내의 한 패스트푸드점. 한 노인이 직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내 주문 왜 안 나와" "전광판에 떴는데 안 가져가셨다" "불렀어? 불렀냐고" "(주문한 번호를) 못 보시면 어떻게 알아요. 저희가"


고성 끝에 분을 이기지 못한 노인은 점원의 얼굴을 향해 햄버거가 담긴 종이봉투를 집어던졌다. 이 사건은 햄버거 갑질 논란으로 이슈화됐다. 노인은 무고한 직원에게 햄버거를 던진 파렴치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노인은 매장 내 자동화 시스템인 키오스크(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손에 화면을 접촉하는 터치스크린)에 익숙지 않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지만 번호를 보지 못한 채 30분이 넘도록 기다렸고, 결국 직원에 항의한 것이다.

80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 박막례 씨도 패스트푸드점 자동화 시스템에 고충을 토로했다. 포장과 감자튀김 대신 테이크아웃과 프렌치 프라이라고 적힌 것이, 선택을 늦게 하면 다시 첫 화면으로 돌아가는 것이, 글씨가 너무 작고 종류가 많다는 것이, 박 씨를 어렵게 했다.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도입은 날이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초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1350개 매장 중 825개, 맥도날드는 420여개 매장 중 250여개에 키오스크가 도입됐다. KFC는 지난해 전국 196개 매장에 키오스트를 설치해 '첫 키오스크 100%'를 달성했다.


키오스크 도입은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영화관, 커피숍, 김밥전문점, 심지어 옷가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편리함과 인력비 절감, 회전율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 등의 이유가 있었다.

편리한 키오스크건만 노년층은 달갑지 않다. 키오스크 주문에 당황해 갈 곳 잃은 눈동자를 굴려보지만 조금만 늦어지면 뒤에서 눈총이 쏟아진다. 기계를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는 스스로에 유튜버 박씨는 "자존심 상한다"고 말했다.

햄버거 갑질 논란이 단순 '갑질'인 것인지,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감에 대해 우리가 무심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지은기자 sooy0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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