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초고령화 닮은꼴, 일본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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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초고령화 닮은꼴, 일본서 배우는 교훈

   
입력 2019-04-14 18:02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필자는 작년과 올해 일본 리빙랩 연구교류회에 다녀왔다. 이 교류회에는 공공기관·비영리조직과 함께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핵심 이슈는 초고령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였다. 고령인구 5%에 맞춰져 있는 주거와 교통시스템, 의료와 돌봄시스템, 교육과 고용시스템을 초고령 사회에 맞춰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2030년에 5명 중 1명이 치매환자고 독거노인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인·사회·산업 차원의 논의가 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작년에 진행된 연구교류회는 자동차기술회와 함께 '초고령사회에 맞는 이동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논의는 고령자가 활용하기 쉬운 이동수단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넘어 주택·의료·돌봄·노동·정보 등 사회·기술시스템 전반을 어떻게 초고령 사회에 맞게 전환시킬 것인가를 다뤘다. 혼다, 도요타 등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후지츠, 이토키, 다케나카 등 ICT 업체와 가구·건설 기업들이 참여하여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었다.
올해는 가마쿠라시를 현장 탐방하는 것으로 시작해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고 있는 다양한 리빙랩 사례가 발표됐다. 가마쿠라시는 고령인구가 45%에 달하는 지역으로 초고령 사회의 미래 모습을 전망하고 대응하는 모델 지역이다. '초고령 사회에서 인구와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라는 목표를 가지고 빈집과 점포를 활용해서 기업을 유치하거나, '장수사회에 맞는 일터-삶터-놀터의 스타일'을 탐색하기 위한 다양한 리빙랩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가구업체인 이토키는 가마쿠라 리빙랩에 참여하여 '장수사회에 맞는 작업스타일'에 적합한 다양한 가구를 개발하고 있었다.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개념'을 가지고 기업과 지역주민이 협업을 통해 실생활과 사용자 수요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등이 부착된 가구는 주민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주민들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올 4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또 일본 기업들은 가마쿠라시를 기반으로 스웨덴과 국제 연계형 리빙랩을 진행하고 있었다. 양국에서 '활력 있는 고령사회 실현'을 위해 개발된 다양한 대안들을 민·산·학·연·관이 협업을 통해 생활현장에서 실험·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이 각각 유럽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탐색하고 있었다.
이밖에 여러 지역에서 장수사회 마을 만들기 실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으로 살던 지역에서 안심하고 나이 들어 갈 수 있도록 주택시스템, 지역돌봄시스템, 모빌리티시스템, 건강관리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특히 오무타시는 지역민 모두가 치매를 이해하고 치매 환자가 되어도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마을을 의료·돌봄·간호 전문팀들과 힘을 모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자국의 초고령화라는 사회적 도전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장수사회에 대한 산업과 시장이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임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문제 상황에 있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리빙랩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선도적인 기술과 제품·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고령사회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기업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도전과제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산업혁신정책도 연구개발투자 확대에 기술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는 틀을 넘어 사회적 도전과제와 기술혁신을 연결하는 이런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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