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에 쌓인 돈만 돌게해도 일자리 확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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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에 쌓인 돈만 돌게해도 일자리 확 늘어난다

   
입력 2019-04-14 18:02
작년 잔액이 10억원이 넘는 계좌의 저축성 예금액이 565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10억원 이상 고액 계좌 증가액이 8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작년에 전년 대비 13.3%(66조6000억원)나 증가했다. 10억 원 초과 저축성예금의 계좌 수도 작년 말 기준 6만7000개로 전년보다 5000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고액 저축성 예금의 증가율은 예년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적은 금액 계좌에 비해 고액 계좌 증가율이 더 높은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1억 원 이하 계좌의 증가율은 2.5%,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는 2.2%,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2.3%에 그쳤다. 결국 고액 저축성예금의 예금주는 주로 기업들이고 이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저축성예금이 증가한다는 것은 유동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지만, 달리 보면 투자에 들어가야 할 돈이 은행에 잠긴다는 의미다. 지난해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4.2% 줄어든 데서도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의 최대폭 감소다. 기업들이 투자 대신 적정 규모 이상으로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잉 유동성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렇다고 억지로 예금하지 말고 투자하라고 할 수도 없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고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반(反)기업 정서와 규제덩어리를 그대로 두고선 투자가 늘기를 기대할 수 없다. 단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수십 조 원의 재정을 쏟아 붓기보다 규제를 제거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백번 효과적이다. 의료, 관광 등 신성장 서비스산업과 신농업에는 규제 빗장만 걷어내도 기업들이 투자할 비즈니스모델이 널려있다. 은행에 잠긴 돈만 돌게 해도 일자리는 확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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