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세확장 毒… 끝내 못푼 `대우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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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세확장 毒… 끝내 못푼 `대우의 저주`

이호승 기자   yos547@
입력 2019-04-15 18:15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막오른다

박삼구, 영욕의 17년

[디지털타임스 이호승 기자] 한 때 그룹을 재계 7위까지 끌어올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결국 재계 총수 명단에서 빠지는 수모를 당했다. 2000년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무리한 공격 경영이 발목을 잡았고, 결국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대우건설의 저주'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나그룹은 고 박인천 회장이 1984년 세상을 떠난 뒤 첫째 아들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뒤를 이었고, 1996년 둘째 동생인 고 박정구 회장, 2002년 셋째인 박삼구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는 '형제경영' 체제가 이어졌다.

박 회장은 2002년 취임 후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2006년에는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각각 인수하면서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무리한 확장 행보는 그룹의 재정 상태를 급격하게 악화시켰다. 박 회장은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인수 금액을 감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빌려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서서히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예상보다 빨리 현실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대우건설 등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금융권의 차입 대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박 회장은 결국 2009년 6월 대우건설 지분을 재매각하기로 하는 등 포기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사겠다는 곳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들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으로 이어졌다. 금호타이어 역시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휘청였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사이가 틀어지며 이른바 '형제의 난'이 터졌다. 결과적으로 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항공·건설·운수부문과,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부문으로 쪼개졌다.

금호렌터카와 대한통운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한차례 유동성 위기를 넘긴 박삼구 회장은 2010년 11월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그룹에 복귀해 구조조정을 진두 지휘했고, 차례로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등 상황은 좋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재무적으로 허약해진 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등 악재가 겹치며 더는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호승기자 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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